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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원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일본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엔화의 회복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원·엔 환율이 지난해 상반기처럼 100엔당 900원 중후반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901.77원에 거래됐다. 전날 906.41원에 거래되며 3개월여 만에 900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강세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원·엔 환율은 4월 16일(902.74원) 이후 줄곧 800원 중후반대에 거래됐었다.
최근의 엔화 가치 상승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며 벌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최근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내다봤다. 반면 일본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일본은행을 향해 “단계적 금리 인상을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 통화가치 하락이 이어지며 수입 물가 부담이 높아지는 등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이 이어지자 정치권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일본 엔화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하반기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달 말 혹은 10월께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앞서 올 3월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0.1%로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하반기 일본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엔화 약세가 수입 물가 및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해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한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이뤄져 일본 정책금리 수준이 내년 말께 0.5~0.7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0원 중후반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권사의 한 통화정책 애널리스트는 “일본에서 ‘슈퍼 엔저’를 더 감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계기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0원 중후반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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