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최근 김범수 카카오 위원장의 구속에 따른 카카오뱅크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같은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이슈가 오는 하반기 본격 심사를 앞둔 ‘제4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경쟁에도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을 선언한 컨소시엄의 중심에 선 기업들 모두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대주주보다 자산 및 자본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미 제4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시중은행 간 경쟁 구도로 바뀐 상황에서 이들 시중은행의 대주주 심사 결과가 출범에 적잖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같은 ‘카뱅 발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제4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제4 인뱅)’ 출범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단 김범수 위원장이라는 특정인의 구속이 당장 카카오뱅크의 CEO교체나 지배구조 전반의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은 작다. 다만, 현재 이번 수사를 의뢰한 금융감독원이 카카오 경영진 및 카카오 법인까지 검찰에 송치한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매년 두 차례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한다. 만약 대주주가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포함한 주요 금융 관련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이 확정되면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검찰 조사 후 재판을 통해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확정되면 카카오 법인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대부분 명확한 특정 대주주를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법인,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케이뱅크는 BC카드가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대주주의 변동은 그만큼 회사 경영 및 향후 전략의 방향성에 적잖은 변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이번 김 위원장의 구속이 카뱅의 앞날에 적잖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카뱅 발 지배구조 리스크가 오는 하반기로 예정된 제4 인뱅 인허가 심사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한다.
제4 인뱅 또한 심사 과정에서 여타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그런데 현재 해당 컨소시엄에 참여한 유력 대주주 후보들이 일정 부분 결격 사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심사 앞둔 제4 인뱅, 대주주에도 ‘관심’
현재 제4인뱅 경쟁에 뛰어든 곳은 KCD뱅크(한국신용데이터), 더존뱅크(더존비즈온), 유뱅크(루닛‧랜딧), 소소뱅크(소상공인‧소기업 관련 단체 및 ICT기업) 등 총 4곳이다. 이들 컨소시엄의 특징은 현재 소소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컨소시엄에 기존 대형 금융사들이 투자를 확정 또는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KCD뱅크에는 우리은행에 이어 카드사로는 최초로 우리카드도 투자 참여를 확정했다. 유뱅크에는 현대해상이 참여를 결정했고, 더존뱅크의 경우 신한은행이 현재 투자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인뱅 3사 대비 현재 제4인뱅 참전을 선언한 ICT기업의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우선 주목한다.
실제 기존 인뱅3사의 경우, 처음 인허가 심사 당시 KT(케이뱅크), 카카오(카카오뱅크)라는 거대 기업의 든든한 자본금 지원을 등에 업고 도전에 나섰다. 토스뱅크도 2500억원의 자본금을 시중은행, 외국계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의 지원 속에 2500억원의 자본금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거듭된 유상증자를 토대로 기존 인뱅 3사의 경우, 약 2조원 가량의 자본금을 발판삼아 여수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 제4인뱅에 도전장을 던진 컨소시엄 중 더존뱅크의 더존비즈온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모두 실적 측면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 우리카드의 투자가 확정된 KCD(한국신용데이터)의 경우 지난 2023년 연간 기준 약 36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이전 해인 지난 2022년 당기순손실(358.1억원)보다도 4억원 이상 확대된 수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현행법상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자본금 인가 규정은 최소 250억원인데 현재 제4 인뱅에 도전하는 ICT기업들의 실적 및 자본규모를 고려하면 이를 충당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대형 금융사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투자하는 금융사, ‘적격성 심사’ 괜찮을까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존 금융사가 사실상 대주주에 오를 가능성도 주목한다. 실제로 현재 케이뱅크의 경우, 기존 금융사인 ‘BC카드’가 지분 약 34%를 보유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때 우리은행이 13.8%의 지분 보유율로 대주주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다만 주주로 참여하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연이은 내부통제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수백억원대의 배임‧횡령 사고의 발생으로 금융당국 및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이같은 내부통제 리스크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CD뱅크에 참여하는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 2022년 700억원대의 내부 직원 횡령 사고 발생 이후에도 각종 횡령 사고가 지속하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카카오의 사례처럼 CEO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은 발생할 확률이 낮다. 하지만, 은행을 대상으로 한 경고 및 징계 그리고 과태료 부과 등은 적격성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제4인뱅 참여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 제안서를 받은 NH농협은행도 은행 내 배임 사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러한 대주주 적격성 이슈는 특히, 인뱅 출범 이후에도 성공적인 안착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출범 초기 대주주인 KT의 적격성 문제로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출 영업이 1년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 투자자나 주주의 자격으로 자본금 지원 등 측면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충분히 존재한다”면서도 “제4인뱅 경쟁에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관전포인트가 된 건 사실상 이번 네 번째 인뱅 출범이 시중은행 간 대리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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