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 선플라워에 200만달러(약 27억8000만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을 체결했다. 선플라워가 보유한 효모 배양 시스템을 도입해 백신 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해당 시스템을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백신 공정에 도입하면 기존보다 수율이 최대 7.7배 개선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도즈당 88.7% 수준의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SAFE를 통해 투자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SAFE는 현재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에 선제 투자한 뒤 후속 투자가 있을 때 약정된 조건대로 지분 비율을 정하는 인수 방식이다. 지금 당장 성과를 얻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했다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 설명이다. 추가 투자 가능성이 열려있는 점을 감안, 그룹 리밸런싱을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리밸런싱을 고려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약 3390억원을 투자해 독일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 ‘IDT 바이오로지카'(IDT) 지분 60%를 획득하는 게 골자다. 해당 투자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배 수준의 매출성장 ▲고객 네트워크 확보 ▲글로벌 통합 인프라 구축 등의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안 사장은 지난달 IDT 투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K그룹이 사업영역별로 리밸런싱이란 이름으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 역시 최적화의 큰 흐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밸런싱 핵심이 선택과 집중이지만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며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많은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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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리밸런싱 본격화… 제약·바이오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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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핵심 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분야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SK그룹 제약·바이오 사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산하 SK바이오팜·SK팜테코, 최 의장 산하 SK바이오사이언스 등으로 나뉘는데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분야에서 일부 회사 사업이 겹쳐서다. 바이오 사업을 콤팩트하게 줄여야 한다는 최 회장의 의중도 제약·바이오 리밸런싱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일각에서는 최 의장 산하 회사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본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성과를 내온 최 의장이 해당 사업 부문을 맡고 최 회장은 그룹 핵심인 반도체 사업에 집중할 것이란 의견이다. 최 의장은 SK케미칼을 맡아 세계 최초로 세포 배양을 통해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 의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통해 SK그룹 내 2인자 역할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SK그룹 주요 최고경영자(CEO)들과 주기적으로 회의하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이번 SK그룹 리밸런싱을 주도하는 인물도 최 의장이다. 최 의장은 최 회장의 사촌 동생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된 뒤 본격적으로 그룹 총괄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사업 부문은 내실 경영을 기반으로 질적 성장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리밸런싱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현재는 주요 회사 CEO들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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