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전문가 칼럼 =허제언 딜사이트경제TV 전문위원] 지금은 엔비디아, 테슬라가 엄청난 성장주이지만 한때 많은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던 이커머스 산업도 엄청난 성장률로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높은 성장률 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했지만 이커머스 기업 주식엔 개인들은 접근하지 못했고 소프트뱅크, KKR, 앵커파트너스, 국민연금 등 이름만 들어도 성공투자가 보장되는 듯 한 기관투자자들만의 놀이터였다.
쿠팡이 멋지게 성장해 나스닥에 상장하고 스프트뱅크, 빌애크먼, 스텐리 드라켄밀러 등 많은 투자자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이커머스 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험한 파도를 만난 것으로 보여진다.
위메프, 티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보유했던 위메프, 티몬 주식을 큐텐에 매각하며 현금 대신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지만 제2의 머지 사태라 불리기 시작하는 이번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 이슈를 보면 최소한 수익을 내고 나오는 것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라고 하기에는 큐텐 사태의 상황은 달라 보인다. 문제가 터지기 직전 회원이 100만명 까지 늘어나긴 했었지만 현금성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여 아는 사람만 아는 규모였고, 실제 영업을 제대로 시작해 사단이 나기까지 1년 남짓 걸렸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업력이 10년이 넘었으며 거래규모를 합치면 연간 7조원에 육박한다. 재무제표에 표시된 매출은 오픈마켓 특성상 수수료만 인식하여 2천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거래규모로 본다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연말 기준 위메프는 2440억원 자본잠식 상태이며 티몬은 2022년 연말 기준으로 6385억원 자본잠식 상태이다. 자본잠식이라는 의미는 회사가 가진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부채를 상환하려고 했을 때 돈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며 2023년 연말 위메프와 2022년 연말의 티몬을 합치면 이미 9천억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항상 큰일이 벌어지면 가진 자산은 싼 값에 처분하고 지불해야 할 돈은 제대로 지불해야 하니 부족한 금액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금감원까지 나서고 있으니 구매자들에 일부 환불 조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위메프와 티몬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던 판매자들의 손실을 감당해줄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썰물이 빠졌을 때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투자격언이 있다. 수년간 자본잠식이었던 위메프와 티몬은 이제와서 보니 진작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며 생각나는 일은 작년 11월에 있었던 SK스퀘어가 11번가의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일이다.
2018년 SK스퀘어는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에서 5천억원 투자를 받으며 5년내 상장을 약속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연이율 3.5%를 더한 금액에 주식을 되사들여오기로 했다. 그렇지만 5년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썰물이 빠지고 있었던 것이다. 11번가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었고 2023년 회사에 남은 자본은 12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11번가의 2023년 적자가 1300억원인 것을 감안하고 큰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쯤 회사에 남은 자본은 500억~600억원 수준일 것이다. 문제는 11번가의 고객 예수금 규모가 3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큐텐 사태로 경각심을 느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 넣어둔 현금을 찾으려 한다면 11번가는 돌려줄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큐텐과 달리 11번가는 SK그룹이라는 큰 배경이 있다. SK텔레콤, SK엔크린처럼 국민 대다수를 소비자로 거느리고 있기에 11번가가 위메프, 티몬처럼 환불을 못해주는 시끄러운 사태를 만들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배임 소지가 있다며 11번가 주식을 5천억원 주고 되사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23년엔 보유한 11번가 주식의 가치를 2100억원 상각하며 썰물이 빠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위권 업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는 11번가 매각 작업이 잘 진행될지 의문이다. 설사 진행된다 하더라도 대규모 자금 수혈이 필요한 11번가의 현실을 생각하면 누가 사간다 해도 걱정 될 것 같다.
11번가의 매각 금액이 5천억원 수준으로 정해지면 SK스퀘어는 8천억원의 추가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SK온 구하기에 집중하느라 11번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인지 이번 큐텐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11번가가 어디로 가야 썰물을 피할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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