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들의 주가가 하반기에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국내외 증권사들은 아직 더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아직 조선업 ‘수퍼 사이클(Super-cycle·장기 호황)’ 초입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JP모건은 전날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에 대해 투자의견을 ‘오버 웨이트(Over weight·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JP모건은 “독(Dock·선박 건조장) 활용률과 인도 선박 수익성 개선 등에 따른 이익 증가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며 “HD현대그룹 계열 조선사가 올해 2분기 거둔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내 증권사도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이날만 2개 증권사가 HD한국조선해양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5개 증권사는 HD현대중공업 목표주가를 올렸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의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23만원으로 높여 잡으며 “조선 자회사들의 생산성 확대에 따른 이익 개선세가 올해 하반기뿐만 아니라 2025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HD한국조선해양 등이 전날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7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이익 규모도 180% 이상 증가했다. HD현대미포도 흑자로 전환했다.
투자자들도 ‘사자’에 나섰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미포는 이날 오전 장 중 10% 안팎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새로 썼다. HD현대중공업은 장 중 19만9800원까지 주가가 뛰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조선 업황 개선 전망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먼저 대형 선박을 지을 조선소가 줄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전 세계에 2만톤(t)급 이상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 야드는 320여개였다. 현재 150여개로 반토막 났다. 선박 발주 수요도 쌓였다. 2010년대 들어 해운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선박 교체는 미뤄졌고, 전 세계 선박 중 34%가 건조된 지 15년 이상인 ‘노후 선박’이 됐다.
건조 능력이 급감한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자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비용(신조선가)은 지속해서 뛰었고, 조선사 수익성이 좋아졌다. 신조선가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는 이달 현재 187.91까지 상승했다. 조선업계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07년 5월 191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의 주력 선종의 신조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일감) 중 가장 비중이 큰 액화천연가스(LNG)선은 2023년 9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선 역시 2년 동안 신조선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인 석유화학제품(PC)운반선 역시 1년 전보다 신조선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투자자에게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이미 빠르게 올랐는데, 과연 여기서 더 오를 여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연중 주가 수익률은 70%에 육박하고, HD현대중공업 역시 50%를 넘었다. HD현대미포도 올해 들어 30% 가까이 주가가 상승했다. 전날 기준 NH투자증권에서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가운데 87.52%가 수익권이다. HD현대미포는 96.82%, HD현대중공업은 100%가 평가 차익을 보고 있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이 지속해서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주한 카타르 LNG프로젝트 물량은 2025년에야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부터 카타르 LNG프로젝트 물량이 많이 증가한다”면서도 “해양플랜트 부문 수익성 개선과 STX중공업 인수에 따른 엔진·기계 부문의 수익성 증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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