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쌀 소비량 30년새 반토막
정부, 쌀 가공식품 육성에 속도
식품 기업들도 다양한 제품 개발
국내 식품업계가 쌀로 만든 상품군을 대폭 늘리고 있다. 한국산 쌀의 수요가 줄어들자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정부가 쌀 가공식품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과거 쌀이 들어간 제품은 밥이나 국수 제품에 불과했으나, 우유 부터 치즈까지 다양해졌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56.4㎏을 기록했다. 30년 전 1993년 소비량(110.2㎏)의 절반 수준이다.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인당 154.6g으로, 밥 한 공기가 100g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하루 한 공기 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서구화한 식습관에 익숙해지고, 쌀보다는 밀가루와 고기를 선호하는 추세 탓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로 대용량 쌀 소비가 줄어든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저탄고지(탄수화물은 줄이고 지방은 높이는)’ 다이어트가 인기를 끈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밥 대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자, 가공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가루쌀을 재배하면 1㏊당 100만원, 밀이나 목초 등 조사료까지 함께 심으면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지난 1월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또한 정부는 식품 기업들에게 쌀을 가공해 만드는 제품군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소비량 감소 폭이 압도적으로 높아 공급과잉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은 2023년 기준 370만2000톤. 1993년 약 550만톤에서 32.7%가량 줄었지만, 소비 감소 폭과는 10% 이상 차이난다.
국내 식품 기업들 역시 국산 쌀을 사들여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 국민들의 식습관이 변화함에 따라 단순히 밥을 먹어서 쌀 소비를 늘리자는 구호는 ‘현실성 없는’ 대안이 되면서 자구책 마련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푸드는 지난 19일 가루쌀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식물성 음료를 만들었다. 유당불내증, 콜레스테롤 등에 대해 불편함을 겪는 소비자를 공략할 뿐 아니라 정부의 가루쌀 활용 기조에 맞춰 식량 자급률 확대에도 보탬이 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 10대 슈퍼푸드인 귀리와 고단백 견과류 캐슈넛 등 식물성 원료를 블랭딩해 만든 ‘유아왓유잇 식물성 체다향 치즈 슬라이스’를 선보였다. 이 치즈는 100%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어 유당불내증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게 특장점이다.
유제품을 넘어 다양한 식품군이 쏟아지는 중이다. 제품에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넣어 만든 것이 대표적인이다. 일례로 술을 빚을 때 100% 국산 쌀을 활용해 빚거나, 쌀로 만든 음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식품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다양화 되고 있다.
고추장도 나왔다. 샘표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신품종 가루쌀 ‘바로미2’를 이용한 ‘100% 국산 쌀 고추장’을 개발했다. 샘표식품 기술연구소와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바로미2의 전처리와 발효 조건을 연구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분질미)제품 개발은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장점이 크다. 이는 국내 쌀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때문에 향후에도 가루쌀 관련 시장은 더욱 확장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루쌀을 활용한 식품을 만들 경우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데다,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산 쌀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할수 있다.
다만 가루쌀은 밀가루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가공적합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대한제과협회에서 식빵이나 단과자빵을 만들 때 팽창이 적어 가공시 부적합하다고 판정했고, CJ제일제당 연구결과 만두피를 만들 때 가루쌀 함량은 최대 10%까지 사용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투입함량 증대를 위해 글루텐 등의 보완제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루쌀이 아직 밀가루를 대체할 만큼의 생산량과 유통이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부가 쌀 수급균형과 밀가루 대체를 위해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정책인 만큼 관련 제품이 계속해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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