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이 세계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급이 꺾일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를 26일 낮췄다.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26만8000원에서 21만7000원으로 내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먼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동력이었던 HBM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각 가속기 반도체 업체들에 할당된 최종 패키징(CoWoS) 설비가 100%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HBM을 탑재하는 가속기 반도체의 생산량은 최대 932만개”라며 “이를 반영한 HBM의 올해 최대 수요량은 8억8000만기가바이트(GB)인데, SK하이닉스 등 HBM 3사의 생산 계획은 13억8000만GB에 달해 수요를 넘어선다”고 했다.
이어 “SK하이닉스 공급량만으로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있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HBM)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빅테크 기업이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투자 강도를 완화하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 기대를 밑돌 수 있다”고 했다.
D램 설비 투자가 빠르게 이어지는 점도 걱정거리로 꼽혔다. 송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D램 자본 지출(CAPEX) 는 16조원에 달할 전망이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올해 4분기부터 분기마다 최소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삼성전자도 평택 제4공장(P4) 투자를 재개하면서 CAPEX가 예상을 많이 웃돌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HBM의 낮은 생산성이 CAPEX 증가를 상당 부분 상쇄하겠지만,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레거시 D램 설비도 늘리기로 한 점은 앞으로 업황 전망에 다소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송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와 함께 움직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22년 10월 98.8을 바닥으로 올해 6월 100.3까지 2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월별 전년 대비 증가율이 8개월째 줄었다는 점이다.
송 연구원은 “OECD 경기선행지수가 조만간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OECD 경기선행지수가 내려가면 반도체 주가도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고, 반도체 업황이 6개월 뒤부터 둔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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