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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뒤 오후 6시에는 구름이 많겠어요.” 지난 23일 기자가 기아의 EV3 운전석에 탑승하고 “오늘 속초 날씨 알려줘”라고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날씨 정보에 더해 “우산 챙기는 것을 잊지 말라”는 따뜻한 권유도 함께 건넸다. EV3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약 201㎞ 거리가 짧게 느껴졌다.
기아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3는 콤팩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EV3를 떠올리면 전기차 진입 문턱을 낮춘 3000만 원대 대중화 모델이라는 타이틀부터 머리에 맴돌곤 했다. 4시간가량 시승을 하고 나니 첨단기술과 충분한 주행거리, 넓은 공간, 우수한 디자인까지 고루 갖춘 ‘잘 만든 전기차’라는 인상이 남았다.
EV3에 올라타 “헤이 기아”를 외치자 기아 전기차 최초의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가 곧바로 반응했다. 기존 음성비서와 달리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탑승자와 차량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여행을 할 때 필수인 맛집 정보부터 최신뉴스 등을 간단한 대화로 확인할 수 있다. 탑승자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고 문맥에 맞는 답변을 내놓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EV3의 다양한 기능들도 AI 어시스턴트를 통해 확인하고 실행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해당 기능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직은 제한적이란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속초까지 길 막히느냐”는 질의에 AI 어시스턴트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현재 교통 상황을 확인해 보세요”라며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기아는 앞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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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페달은 거의 밟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아이(i) 페달 3.0’ 덕분이다. 이는 가속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기술이다. 다른 전기차는 가장 강한 회생제동 단계에서만 해당 기능을 작동하기 때문에 덜컥거림이 심하고 멀미를 유발하곤 했다.
그러나 EV3는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아이 페달이 가능하다. 운전자가 1~3레벨까지 선택할 수 있는데 3레벨에 가까울수록 감속력이 강하다. 2레벨로 설정하니 멀미 걱정 없이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가다 서다를 자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앞차와의 거리, 과속 방지턱, 가속 카메라 등 정보를 활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으로 주행 피로감을 줄일 수 있었다.
넓은 실내 공간도 돋보였다. 냉난방 공조시스템이 차지하던 공간을 최소화하고 탑승자들을 위한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앞좌석 동승석에서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6㎝ 늘었다. 뒷좌석에 앉아 보니 무릎과 앞좌석 간의 공간은 주먹 세 개 정도로 기존 콤팩트 SUV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넉넉한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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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활성화 걸림돌로 지적받는 충전 문제도 개선했다. 정부 인증 기준으로 EV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501㎞다. 동급 최고인 81.4kWh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다.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최대 31분 소요된다.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한 전비는 6.1㎞/㎾h다. 이 밖에 볼륨감 있는 외관 디자인, 운전석부터 센터 컨솔까지 길게 뻗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엠비언트 라이트 등도 눈길을 끌었다.
정원정 기아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EV3는 충분한 주행가능거리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한 전기차 대중화 모델”이라며 “고급 차량에 적용되는 하이테크 사양들을 대거 반영했기 때문에 상당한 인기를 끄는 모델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이날 출고를 시작으로 계약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차량을 인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더해 유럽 등 해외로 판매 지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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