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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부터 손질해야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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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부터 손질해야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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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의 보호자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사정을 물으니 뇌졸중 증상이 재발해 서울 시내 여러 대학병원 응급실에 연락하고 방문했는데 전부 수용할 수 없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하루가 지나고야 외래에 왔다고 호소했다. 한참을 달래면서 응급실 뺑뺑이는 왜 계속 반복될까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및 응급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 전환과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현장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로서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확립해야 할 필요성과 정책의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현재 질병분류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상급종합병원들이 응급진료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입원 환자의 전문질환군(A군) 비율이다. 현 체계에서 A군은 주로 고난이도 시술과 수술, 암, 희귀난치질환 등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응급과는 거리가 멀다. 세부 진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진단 등 초기 단계에서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가 필요한 질환도 적지 않다. A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질환도 만성 단계에 접어들면 반복되는 치료나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최근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알려진 응급 심뇌혈관질환이 A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치명률과 사망률이 높고 골든타임이 가장 중요한 응급 심뇌혈관질환인 뇌졸중의 80% 이상은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질환군(B군)에 속해 있다.

뇌졸중은 환자를 직접 보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하기 전까지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초기에 재발과 악화가 흔하기 때문에 적절한 병원에서 초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 당장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해서 경증 질환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으며 집중치료실에서의 치료 경과 관찰이 필수적이다. 특히 첫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병원간 이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급성 뇌졸중 발생 직후에는 충분한 인력과 시설이 갖춰진 병원에 처음 방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인력, 시설이 잘 갖춰졌다면 종합병원에서도 응급 심뇌혈관질환을 진료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종합병원의 수는 절대 부족하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심뇌혈관질환을 종합병원에서 24시간 365일 담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적네트워크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효과가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뇌졸중 같은 응급 심뇌혈관질환은 초기 악화나 재발이 빈번하기 때문에 종합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을 때 언제든 의뢰할 수 있는 허브 역할 거점병원이 필수적이다. 선진국들은 거점병원 중심의 응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전국 14개 권역 심뇌혈관센터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최근 전문인력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존립 위기에 처했다. 권역심뇌혈관센터나 대형병원의 심뇌혈관질환 전문인력은 왜 계속해서 감소할까? 단순히 힘들고 보상이 적어서만은 아니다. 뇌졸중을 포함해 많은 응급 심뇌혈관질환이 A군이 아니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중증 및 응급 입원 환자 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전문질환군 구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병원들이 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암 등 기존 전문질환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심화되면서 뇌졸중 같은 응급 심뇌혈관질환의 진료 비율은 더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A군이 아닌 질환에 상급종합병원의 투자를 강요할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권역응급센터 설립을 기피하는 것도 비난하기 어렵다.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 중 상당수는 당장 수가를 높여주는 것보다 A군에 포함시켜 주길 바란다. 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중요성만이라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한 뇌졸중이 A군이 아니라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 4대 중증질환으로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급성 중증 허혈 뇌졸중이나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도 전문질환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심뇌혈관질환의 지역완결형 치료 체계나 전국 뇌졸중 안전망 구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필수의료 중 핵심인 중증 응급질환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응급 심뇌혈관질환에 병원들이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처럼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구성비만으로 평가기준을 마련한다면 응급 심뇌혈관질환은 ‘중요한 것은 알겠으나 병원이 관심은 가질 수 없는’ 분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응급진료를 강화하려면 지정평가기준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중증 응급에 합당한 질환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 우선 저평가되어 있는 응급 심뇌혈관질환의 비율부터 높여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부터 손질해야 [전문가 칼럼]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순천향대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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