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알짜기업을 떼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과 합병하려는 계획에 잡음이 들리는가 하면 기업의 가치 평가 기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두산그룹은 그룹의 사업 부문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정리하고 이에 따른 시너지 창출 목표를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안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인적분할합병’한 다음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100% 보유한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는 ‘포괄적주식교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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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침해”…이사회서 재논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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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발표한 개편안대로 진행하면 두산 오너 일가는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알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일반 소액주주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합병 시 시가만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계산하도록 하는 현행 자본시장법을 이용해 두산로보틱스 가치를 과도하게 고평가한 만큼 일반주주의 희생으로 지배주주 이익을 높이는 쪽으로 설계됐단 지적이다.
현재 안대로 개편이 끝나면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68.2%에서 42.3%로 감소하지만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은 13.8%에서 오히려 42%로 증가하게 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천준범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는 “두산 3사의 분할과 합병 등 자본거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최악으로 이용한 사례”라며 “이사회 재상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3사 이사회 의사록 어디에도 주주 이익을 위한 검토가 없어 개별 회사 관점에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이익이 되는지 상세히 검토하기 위해 3사 모두 이사회를 다시 개최, 재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두산밥캣은 그룹의 ‘캐시카우’로 불린다. 지난해 매출액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4.24%였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530억원, 영업손실 192억원이었다.
천 변호사는 “매출이 183배 차이 나는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똑같이 보는 합병을 가능케 하는 제도가 어느 나라에 있느냐”며 “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공모가에 따른 기업가치 약 1조6000억원으로 평가됐다면 두산의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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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로보틱스, 정말 시너지 효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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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대비 시가총액이 100배 넘는 고평가 상황인 데다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산밥캣과의 합병비율 논란 지속되는 배경이다.
합병 시 시너지 효과는 있을까. 업계에서는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와 사실상 협업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밥캣이 로보틱스와 어떤 형태의 협업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산밥캣의 탄탄한 해외 영업망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 역시도 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야외용 로더와 미니굴착기 등을 주로 취급하는 밥캣과 실내 협동로봇 중심의 로보틱스의 시장은 다르다고 본다”며 “다만 애프터서비스(AS) 측면에선 업무지원이 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실제 합병 시 양사가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9월25일 주주총회 후 10월15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을 거쳐 10월29일 분할합병기일, 11월5일 주식교환일, 11월25일 신주상장(예정) 일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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