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독일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올해 안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지만 실제 가동 시기는 2027년 말 또는 그 이후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공장에 구형 반도체 미세공정이 주로 활용돼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편 인력난과 비용 증가 등 리스크는 커지고 있어 사업 전망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5일 “TSMC가 독일 드레스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했다”며 올해 말부터 건설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장비기업들의 출하 일정을 근거로 TSMC 독일 공장 가동이 이르면 2027년 말부터 시작되며 2028년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가 대만에 설립하는 공장이나 일본에 신설하는 반도체 공장과 비교하면 착공 뒤 가동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편으로 분석된다.
독일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은 지난해 8월 정식으로 발표됐다. TSMC의 현지 주요 고객사인 보쉬와 인피니언, NXP가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합작법인을 통해 설립된다.
총 투자비용은 100억 유로(약 15조 원)로 추산되는데 독일 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인 50억 유로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TSMC가 독일 공장 투자에 금전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된 셈이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TSMC가 여전히 독일 파운드리 공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다 여러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TSMC는 현재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프로세서 생산에 5나노와 3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독일 공장에는 28~22나노, 16~12나노 등 오래된 구형 공정을 도입할 계획을 두고 있다. 현지 고객사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반도체 공정 기술은 시장 경쟁이 치열한 데다 단가를 높이기도 쉽지 않아 TSMC의 수익성 및 안정적 가동률 확보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어렵다.
더구나 독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인건비 등 비용 측면에서 대만이나 중국 공장보다 매우 불리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독일에서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현지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데다 노조의 영향력도 강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결국 TSMC가 독일 파운드리 설비 가동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이러한 리스크에 충분히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TSMC는 대만에 반도체 생산공장이 집중되어 있어 지정학적 갈등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국가에 설비 투자를 활발히 늘리고 있다.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힘을 싣기 위해 TSMC의 현지 공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투자 일정이 구체화될수록 인력난과 유럽의 엄격한 규제 환경 등 단점이 부각되며 TSMC의 사업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TSMC가 독일 반도체공장 가동 일정을 더 늦추거나 투자 규모를 예정보다 축소하는 등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디지타임스는 “독일 공장 건설의 필요성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독일 파운드리 설비 증설 계획은 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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