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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강화에 나선다. 9개 계열사를 포함한 기업은행 연결 당기순이익 중 90% 이상을 은행 홀로 내고 있어서다. 은행의 이자수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최근 KB금융그룹이나 신한금융그룹처럼 기업은행도 비은행 계열사들의 활약으로 순익을 끌어올리자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강화라는 취지하에 설립된, 정부 지분이 60%에 달하는 특수은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같은 체질 개선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계열사 대표 대부분도 기업은행에서 퇴임한 부행장들이 자리 이동한 수준이라, 계열사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최근 컨설팅 공고를 내고 기업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시너지 활성화 방안은 물론 계열사 임원에 대한 책임경영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취임 2년차를 맞는 김 행장의 남다른 고민이 담긴 대목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비은행 부문 운영체계 및 지원체계 개선 컨설팅 사업’ 관련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은행의 순익 비중을 줄여 비은행의 균형 성장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과 계열사들은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업무현황을 파악하고, 그룹사 연간 목표 수립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은행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한 조직과 지원 제도도 이번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컨설팅은 그간 기업은행 내 고착화돼 있던 문제를 찾아내고 인식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기업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 784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임에도 김 행장이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된 데에는 1분기 순익 중 은행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사실상 1분기 순익 증가의 큰 배경은 기업은행(별도) 순익이 전년 대비 15.7%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비은행 계열사는 총 9개(캐피탈, 투자증권, 연금보험, 저축은행, 자산운용, 벤처투자, 중국유한공사, 인도네시아은행, 미얀마은행) 등이다. 이들 계열사들이 낸 1분기 순이익은 1226억원 수준이다. 9개 계열사 전체 순이익이 은행 순이익의 20%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은행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김 행장은 각 계열사별로 목표나 방향성을 따로 두지 말고, 하나의 목표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은행뿐 아니라 계열사 모든 경영진의 책임경영도 강화할 것을 과제로 삼았다.
이뿐 아니다. 김 행장은 최근 개최한 영업점장 회의에서 “남은 하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IBK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2년차인 만큼 안정 대신 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시중은행들도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며 중소기업 대출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더욱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를 위해 김 행장은 △중기금융 초격차를 위한 가격경쟁력 강화 △영업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철저 △기업의 성장사다리 역할 선도 등을 주문했다. 특히 중기금융의 가격경쟁력 강화는 시중은행처럼 역마진을 경쟁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중기금융에 대한 무료 컨설팅과 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은행의 강점을 살리자는 취지라고 기업은행 측은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데다가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효율화 작업이 쉽지 않은 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경비 줄이기에도 나서는 상황이다. 실제 올 1분기 기업은행의 판매관리비는 6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는데, 인건비를 제외한 경비는 30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전분기 대비로는 7.1% 감소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성과 개선을 목표로 수립하며 그룹사 전체의 책임 경영 강화 마련 등을 과제로 삼았다”며 “올 하반기 은행 전체의 비용 절감과 자체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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