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체질개선을 예고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사업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 R&D 과제 평가위원을 전문화하고 R&D 상대평가 내 하위 20%를 구조조정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작년 R&D 예산 구조조정의 목표는 ‘좀비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지양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고 했다.
류 본부장은 “R&D를 재구조화해 비효율적인 사업에 대해선 임무를 재조정하고 소규모 사업은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등 예산이 더 잘 쓰일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주요 R&D 예산을 24조8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R&D 카르텔’을 겨냥해 예산을 줄였던 전년(21조9000억 원) 대비 13.2% 증가했으나, 삭감 전인 2023년 24조7000억 원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이에 류 본부장은 “R&D 시스템 혁신을 통해 선도형 R&D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내년도 예산을 다시 확대한 것”이라며 “추적형 R&D에서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줄어든 연구과제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했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사업별로 편차가 있지만 기초연구 과제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며 “세부 과제마다 다르지만 추진에 별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재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 본부장은 “기업에 주는 R&D 예산이 그동안 진정한 R&D 지원이었느냐. 일종의 보조금적 성격이 아니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선 융자나 2차 보전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연구 현장 혼란에 대해선 “R&D 개혁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도록 살피겠다”고 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이공계 대학원생의 연구활동을 위한 연구생활장학금(한국형 스타이펜드) 지급 계획도 발표했다. 스타이펜드는 연구기관별 계정을 통해 매달 80만~110만 원씩 일정 금액 지원을 보장하는 제도다.
기존 학생 연구자 인건비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관리했다. 이 때문에 학생 연구자는 최소한의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학생 연구자의 최저 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해 스타이펜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국가 R&D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할 것”이라며 “지금도 석사 80만 원, 박사 110만 원보다 더 받는 학생도 있는데 이만큼 못 받는 학생들의 최저점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이펜드는 연구책임자가 속한 기관 계정으로 인건비를 모두 지급한 후 이를 다시 배분하는 ‘풀링제’로 시행된다. 연구 책임자가 운영하는 계정과 별도로 구축한 기관별 계정에 정부 재원이 들어오면, 대학·단과대·학과 등이 학생 연구자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류 본부장은 “개별 교수 단위로 운영하는 학생인건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관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연구생활장학금 관련 제도 개선안은 8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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