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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프라이빗에쿼티로(PE)부터 투자를 유치해 4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모두 정리하려던 폴라리스쉬핑의 계획이 암초에 부딪혔다. 최대주주가 최근 징역형을 확정 받아 구속되는 등 오너십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자 큰 손 기관들이 잇따라 투자 의사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이달 말 만기인 채무 상환 계획도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경영권 매각이 재추진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SG PE로부터 폴라리스쉬핑 투자 프로젝트 펀드 출자를 요청 받은 기관들은 최근 대부분 거절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SG PE는 현재 운용중인 구조혁신펀드에서 약 500억 원, 신규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에서 약 700억 원, 인수금융으로 2000억 원가량을 조성해 폴라리스쉬핑에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너십에 문제가 있는 회사에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고 캠코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에 대해 징역 6개월형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법정 구속됐다. 또 지난달 30일 경찰은 회사 자금 500억 원을 빼돌린 또 다른 혐의로 김 회장과 한희승 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해둔 상태다. 김 회장과 한 회장은 폴라리스쉬핑의 모회사 폴라E&M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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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최대주주들이 법적 문제에 휘말리면서 투자를 검토하던 대형 기관들이 발을 빼고 있다”며 “공적 역할이 부여된 산은, 캠코 같은 곳들은 특히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폴라E&M은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SG PE로부터 3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보유 선박 4척을 팔아 약 1500억 원을 추가 마련, 칸서스자산운용·이니어스-NH PE 등에 지고 있던 4000억 원 규모 채무를 모두 상환한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장은 배임 혐의의 출발점이 됐던 폴라E&M과 폴라리스쉬핑의 채무 관계까지 모두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투자 유치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채무 상환이 제때 이뤄지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회사 지분에 질권을 설정해둔 채권자들이 다음달부터 선박 등 자산을 추가로 공매에 부치고 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공매가 현실화되면 회사가 공중 분해될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폴라리스쉬핑은 최근 해운 업계 호황 등에 힘입어 실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엔 매출액 1조2372억 원, 영업이익 2032억 원을 내면서 2년 연속 영업익 2000억 원대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회사의 경영권 매각이 재추진 되는 게 현실적인 답이라고 보고 있다. 최대주주 측은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와 지난해부터 경영권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올 초 최종 무산됐다. 이후 방향을 틀어 SG PE 측 제안을 받아들이고 영구채 발행을 준비해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SG PE측과 투자 유치 협상을 한 건 최대주주 경영권을 지키면서 배임 혐의도 벗을 수 있는 묘안이었기 때문”이라며 “관련 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가 경영권을 인수해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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