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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할인 쿠폰을 남발하던 이커머스업계가 결국 탈이 났다.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식 가격 경쟁이 결국 실적악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명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를 그간 곪아왔던 이커머스 업계의 문제가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한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판도가 온라인 쇼핑몰 시장 점유율 1위인 쿠팡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 간 양강 구도로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25일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129만명으로 압도적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837만 명)와 테무(823만 명)가 각각 2·3위를 차지했고, 11번가(712만 명)와 G마켓(497만 명)이 뒤를 이었다. 판매대금 정산 지연 논란에 휩싸인 티몬과 위메프의 이용자 수는 티몬이 437만명으로 6위, 위메프가 432만명으로 7위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배송에 강점을 가진 쿠팡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C커머스의 경쟁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티몬과 위메프 사태의 문제점은 강점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덩치 키우기’에만 힘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위메프와 티몬의 이용자가 대거 떨어져 나와 쿠팡의 ‘독주’체제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특히 다음 달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58% 인상하기로 하면서 회원 이탈률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의 쿠팡 가입률이 증가하는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와우멤버십 요금을 인상해도 티몬·위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이 쿠팡을 이탈할 가능성도 낮아졌다”며 “다른 대안이 없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알리와 테무가 쿠팡을 바짝 뒤쫓는 구도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시장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업체 가운데 승기를 잡기 위해 이커머스 업계가 외형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미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e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의 수장을 교체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SSG닷컴은 지난달 근속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G마켓은 중국 e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의 한국 총괄 출신인 정형권 대표를 선임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온은 지난달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재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11번가는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업계가 과도한 가격 경쟁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거래 신뢰성 확보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거래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안정성을 구축하고 있거나, 재무구조가 탄탄한 쇼핑 플랫폼으로 옮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다중으로 이용하던 쇼핑 플랫폼 가운데, 이용 빈도가 낮은 곳을 정리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이커머스 업체의 거래 방식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업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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