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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인하, 결국 ‘부자 감세’였다…30억원 이상에 혜택 쏠려 [2024 세법]

데일리안 조회수  

2024년 세법 개정안 발표

상속세 과세율·구간 조정

종전 30억원 초과 구간 삭제

‘초부자’들에 감세 혜택 집중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상속·증여세 최고 과세액 구간을 기존 3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낮추면서 최고 세율도 종전 50%에서 40%로 10%p 인하하기로 했다. 27년 만에 법 개정을 통해 상속·증여세 과표 구간을 조정한 것으로, 2026년까지 줄어드는 세금만 4조원이 넘을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실제 거둬들인 상속·증여세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줄어드는 세금 가운데 약 80% 가까이가 30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만큼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러한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목표로 2024년 세법 개정을 추진했다”며 4대 추진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개정안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세법 개정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상속·증여세다. 기재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상속·증여세 과세 구간을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좁혔다.

먼저 최저 세율(10%) 구간을 상속재산 기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5억원 이하와 10억원 이하는 각각 20%와 30%로 같다.

기존에 세율 40%를 부과하던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구간은 10억원 초과로 통일했다. 결과적으로 상속재산 절반(50%)을 세금으로 내야 했던 ‘30억원 초과’ 구간은 사라졌다. 30억원 이상 상속받는 경우 세금을 종전보다 10%p 덜 내게 된 것이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향후 5년간 줄어드는 전체 세금을 순액법으로 추산한 결과 4조3515억원다. 이 가운데 상속·증여세에서 줄어드는 것만 4조565억원이다. 참고로 순액법은 직전연도 대비 증감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정부가 국세 수입 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반면 누적법을 적용하면 향후 5년 동안 세수는 18조3942억원이 줄어든다. 상속세는 18조6495억원 감소한다.

과거 사례로 보아 줄어드는 세금 대부분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감세 혜택이 ‘슈퍼 리치(고액 자산가)’들에게 집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지난달 발표한 ‘총 상속재산 가액 규모별 상속세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상속세 신고 인원은 1만8282명으로 이들이 낸 전체 상속세는 6조3794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속재산이 1억원 이하인 경우는 13명으로 이들이 낸 세금은 8000만원 가량이다.

반면 상속재산 30억원 이상은 2983명으로, 이들이 낸 전체 세금은 5조405억원이다. 30억원 이상 상속받은 사람이 전체 상속세의 79%를 낸 셈이다.

만약 이번 개편안 국회를 통과하면 줄어든 세금의 79%를 30억원 이상 물려받은 사람들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금액으로는 3조2046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공제세액을 계산하지 않은 경우다.

기재부는 상속·증여세 과세 구간 조정과 함께 자녀 공제 금액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늘렸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 방향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구축’이라 설명했다. 그 근거로 최하위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 점을 들었다. 1억원 초과 2억원 미만 상속인들이 10%p 혜택을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3억원 미만 상속세 신고인원은 92명뿐이다. 자료가 없어 정확한 계산이 어렵지만, 2억원 미만은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지난해 30억원 이상 상속재산을 신고한 사람은 2983명이다. 세액뿐만 아니라 상속인 숫자로도 서민층보다는 부자들이 세 배 넘게 많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민생 안정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하위 과세표준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중산층, 특히 다자녀 가구 상속세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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