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원화 예치금 이용료 요율을 가상화폐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비록 없던 일이 됐지만 시장에서 이번 움직임은 예치금 이용료율이 거래소 사이 점유율 경쟁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 대표의 회심의 수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는 등 시장 점유율 판도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를 끊임없이 던져왔다.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업가치 강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점유율 확대를 향한 이 대표의 승부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빗썸이 예치금 이용료 요율을 연 4%로 올렸다가 다시 되돌렸지만 업계 최고 요율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이 대표의 시도는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자 밤늦게까지 ‘업계 최고 수준’의 요율을 제시하려 업비트와 눈치싸움을 벌였다.
예치금 이용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가 이용자의 원화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하고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이자 성격의 이용료를 말한다.
19일 저녁 10시 무렵 업비트가 연 1.3%의 요율을 공지하자 빗썸은 업비트보다 0.7%포인트 높은 연 2.0% 요율을 제시했다. 이에 업비트가 빗썸보다 0.1%포인트 높인 연 2.1%를 다시 공지하자 빗썸도 연 2.2%로 요율을 수정했다.
하지만 코빗이 요율 상향 경쟁에 뛰어들어 다음 날 새벽인 20일 연 2.5%를 주겠다고 공지하면서 ‘업계 최고’라는 타이틀은 코빗에게 돌아갔다.
이 대표는 3일 뒤인 23일 업계 최고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이날 오후 6시 빗썸은 기존 요율보다 무려 1.8%포인트를 끌어올린 연 4%를 이용료로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연 4%대 요율을 공지하면서 “이번 인상은 다른 거래소와 경쟁이라기보다는 고객 중심의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빗썸의 기조와 방침에 따른 것이다”며 “고객에게 드린 약속인 만큼 가능한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회심의 카드는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24일 오전 6시 빗썸은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발견돼 요율을 연 2.2%로 되돌리기로 했다고 철회 공지를 발표했다.
가상화폐업계는 빗썸의 갑작스런 요율 철회 결정을 두고 과당 경쟁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빗썸이 은행보다 이자를 더 주겠다는 것을 보고 예적금 다 해지해서 빗썸으로 돈을 옮겨야겠다고 주변에 장난 삼아 얘기했다”면서도 “다른 거래소들과 기존 금융권이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막대한 비용을 안고서라도 무리하게 요율을 높이려고 한 배경으로는 좀처럼 도약하지 못하는 시장 점유율이 꼽힌다.
24일 오후 3시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국내 5대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대금를 통해 점유율을 단순 계산해보면 업비트는 68%, 빗썸은 27%, 코인원은 2%, 코빗 1%, 고팍스 0.2% 수준이다.
이 대표는 업비트와 2배가량 차이 나는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말 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 정책까지 내세웠으나 점유율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수준의 예치금 요율을 통해 다시 한번 점유율 확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활황기를 맞아 가상화폐시장에 관심이 쏠린 때에 업계 최고 수준의 요율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에도 좋은 기회였다.
이 대표가 점유율 확대에 힘을 싣는 것은 빗썸이 준비하는 기업공개와도 연관이 있다. 이 대표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빗썸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공개를 할 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점유율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빗썸의 요율 상향 철회에 금융당국이 나섰다는 말이 들려오는 만큼 이 대표가 당장 요율을 다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재조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기존 요율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대표는 지금 수준의 요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업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가상화폐 이용자들에게 혼선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준수하고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 강화로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늘려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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