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OC 사업에서 굵직한 실적을 보유한 GS건설이 지난달 위례신사선 건설사업을 포기해 공공공사의 공사비 상승 사태를 촉발시켰다. 당초 위례신사선은 강남 신사역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도시철도사업으로 2008년부터 추진했으나 서울시가 공사비 1100억원의 증액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GS건설이 사업을 포기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2013년 입주를 시작해 가구당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의 광역교통부담금을 납부했다. 사업 여건이 악화돼 건설업체들이 참여를 꺼리면서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17년 동안 상상만 하는 위례상상선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는 오는 8월 총사업비 1조4847억원에서 약 18% 증액한 1조7000억원으로 재공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공고에 참여한 사업자가 없을 경우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면 예비타당성조사 등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3년가량 착공이 지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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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공사비 상승 대비 물가 반영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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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건설업체의 탐욕이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지적을 하지만 공사비 급등 문제는 기업들이 감당하기 힘겨운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토로다. 업계 2위 현대건설도 지난해 토목부문 영업이익률이 2.8%에 그쳤다. 100원을 벌어도 이익이 2원 넘는 수준인 것이다.
민자공사를 주축으로 한 포스코이앤씨의 인프라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0%였다. 이외에도 일부 시공사는 토목부문 영업이익률이 적자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3.61%였음을 감안해도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도 실질 공사비 상승률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폭리는커녕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SOC 사업의 경우 이익보다 실적과 현금흐름 관리를 위해 수주해 왔지만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으로 쉽지 않다”며 “안전 마진도 보장되지 않아서 토목부문 영업이익률이 처참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민자사업 공사들은 사업비가 넉넉하진 않아도 최소한의 안전 마진을 보장했고 무엇보다 공사비 미지급 리스크가 없다. 하지만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지속해서 상승하며 최근 3년 동안 공사비가 26%가량 급등했고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공공공사마저 입찰 참여를 꺼리고 있다.
특히 SOC 시설의 경우 설계와 공사가 수년 동안 지속되는 만큼 추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공사원가 상승을 감당해야 하는 SOC 사업 구조를 지적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공사비는 초기 산출 공사비에 물가 변동률만 반영해 현재처럼 급격한 공사비 상승이 있을 경우 적자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따른 인건비, 리스크 비용 등은 미반영돼 공사비 현실화가 쉽지 않다”며 “예산 부족 문제가 있어 ABS 자산 유동화 증권 등을 발행해 SOC 운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BS는 기업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이다. 조기에 매출채권이나 대출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으므로 기업과 은행의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정부가 총사업비를 산출할 때 반영하는 물가 변동률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사비 산정 방식에 물가 변동률을 반영하고 있다”며 “물가 변동률은 초기에 책정된 사업비에 ‘건설공사비지수’와 ‘건설투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중 낮은 값을 활용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51.9까지 올랐고 건설투자 GDP 디플레이터는 133.8로 격차가 커 낮은 값을 활용시 실질 물가 변동률 반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SOC가 경제뿐 아니라 생활 수준 측면에서 필수 공공재이므로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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