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선 국내 대형 이커머스 티몬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지만, 이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상장사가 아니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고 형사 처벌까지 받는데, 티몬은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임에도 제재 대상이 아닌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티몬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열지 않아 감사보고서 미제출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상 비상장사여도 ▲자산 120억원 이상 ▲부채 7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인 이상 중 2개의 조건을 충족하면 회계법인을 선임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상장하진 않았지만 규모가 커 상장회사 정도의 파급력이 있어서다. 티몬은 일찍이 2011년부터 자산 225억원, 부채 636억원을 기록해 매해 외부감사를 받은 뒤 감사보고서를 공시해 왔다.
감사보고서는 정기 주총 개최 후 2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주총에서 승인 받아 외부인도 볼 수 있게 공시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매년 3~4월 주총을 열던 티몬은 올해는 이달까지도 정기 주총을 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고 ‘감사보고서 미제출’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기 주총이 늦어져서 감사보고서를 늦게 제출하는 회사들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기 주총을 계속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법상 정기 주총은 매년 1회 이상 열어야 한다. 정기 주총과 세트인 감사보고서 역시 1년에 1번은 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 대상 법인을 추적해 감사보고서 제출을 확인하는데, 회사가 제출 기한 내에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았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시장에선 2022년 감사보고서에서 이미 현재의 사태가 예견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은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5883억원 많다”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해당 감사보고서를 보면 티몬이 가진 현금과 재고 등 자산은 1472억원 규모인데, 부채는 7858억원이다. 이 중에서도 유동부채는 7193억원이다. 티몬이 가진 자산을 다 팔아도 당장의 빚을 못 갚는다는 뜻이다.
유동부채 중에서도 가장 큰 건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7062억원)다. 회사가 판매 목적의 상품을 외상으로 살 때 매입채무로 잡는데, 티몬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는 판매자 즉 입점업체에 정산해야 할 돈을 매입채무로 기록하기도 한다. 티몬은 이미 2022년에 판매자에게 주지 못한 돈이 7000억원을 넘긴 것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이보다 상황이 악화돼 입점업체에 정산을 해주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티몬은 정기 주총을 개최하지 않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상장사가 아니라 금감원에 해당 내용을 따로 신고하지 않아도 됐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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