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약 5조7천억 순매수…투자 주체 중 1위
고금리 매력에 비우량채 미매각 물량도 소화
수수료율 인하·해외 실시간 거래 서비스 도입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회사채를 대규모로 매수하면서 채권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했다. 이에 개인들을 공략한 비우량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채권 매매 서비스를 개선하며 채권 개미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1월2일~7월23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25조4823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채권 투자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같은 기간(21조1671억원) 보다도 20.39% 늘어난 규모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돋보였다. 개인들은 올 들어 회사채 5조69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모든 투자 주체 중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다.
투자자별로 보면 개인에 이어 기타법인(5조3672억원), 은행(4조4403억원), 종금·상호(2조7254억원), 공모 자산운용(1조1361억원), 사모 자산운용(3311억원), 외국인(5억원) 등의 순으로 회사채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의 회사채 투자는 금리가 내려가기 전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의 이자 수익을 보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
채권 개미들의 고금리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비우량 회사채의 발행 도전도 활발해지고 있다.
수요 예측에서 미 매각이 발생해도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소매금융(리테일) 창구를 통해 물량 대부분을 받아주고 있어서다. 미 매각된 채권은 주관사들이 인수한 뒤 이를 개인들에게 재판매해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HL D&I는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 예측에서 일부 미 매각을 피하지 못했지만 추가 청약을 통해 ‘완판’에 성공했다. HL D&I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 수준이다. 보통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채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한다.
HL D&I 측은 희망 금리 밴드로 7.5~8.5%를 제시한 데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월 지급’ 이자지급 방식까지 택하는 전략을 썼다.
효성화학도 지난달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이는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공모 희망 금리로 6.8~7.8%를 제시하면서 개인들이 미 매각 물량을 모두 사들였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 4월에도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전액 미 매각됐었다. 당시 기관에 팔지 못해 주관사가 떠안은 물량 역시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대거 팔렸다.
이에 증권업계도 수수료율 인하와 해외채권 실시간 거래 등을 도입하면서 채권 개미들을 위한 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장내 채권 매수 시 부과되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은 장외채권을 거래한 적 없던 투자자가 채권을 매수하면 1만원 채권쿠폰이 즉시 계좌로 발급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토스증권은 지난 23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전 5시부터 7시(서머타임 적용 기준)를 제외한 22시간 동안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채권 거래 정규장 시간에 실시간 주문을 할 수 있고 그 외 시간은 예약 주문이 가능하다.
시장에선 고금리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과 이들을 겨냥한 발행·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전 회사채 등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까워지고 시중 금리가 충분히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면 회사채 투자 매력도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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