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은 1세대 이커머스 중 가장 성공한 곳으로 평가받는 인터파크 창립 멤버이자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이베이와 합작해 만든 기업이다. 구 대표의 능력과 선구안에 대한 업계의 믿음과 기대가 큰 만큼 이번 사태를 큐텐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머니S는 좌초 위기에 처한 큐텐의 수장 구영배 대표를 25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
1세대 이커머스 ‘1위’ G마켓 구영배 신화
━
구 대표는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석유 개발 기술 기업에 입사해 1999년까지 호주, 이집트, 영국 등에서 엔지니어와 기술 매니저로 일했다.
2000년부터 인터파크와 인연을 맺었고 사내벤처로 G마켓을 창업했다. 오픈마켓 체제의 G마켓은 출범과 함께 승승장구하면서 비교적 짧은 시기에 업계 1위에 올랐다. 2007년에는 이커머스업계 최초로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구 대표는 2009년 잘 나가던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했다. 매각 당시 이베이는 최대 10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같은 업종으로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겸업 금지 조항을 요구했다.
이듬해 큐텐을 설립한 구 대표는 겸업 금지 기간이 만료되자 다시금 업계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2년 9월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 3월 말 인터파크커머스(쇼핑, 도서 사업 부문)를 인수했다. 이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위메프까지 품으면서 ‘티메파크’로 불리는 큐텐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올해는 해외 플랫폼 위시와 애경그룹의 AK몰도 큐텐에 합류했다.앱 분석 서비스 기업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순위는 ▲1위 쿠팡 3129만명 ▲2위 알리익스프레스 837만명 ▲3위 테무 823만명 ▲4위 11번가 712만명 ▲5위 G마켓 497만명 순이다. 6위와 7위가 각각 티몬 437만, 위메프 432만명이다. 큐텐그룹인 이들 기업의 이용자수를 합치면 약 870만명으로 2위 알리를 넘어선다. 순위에 오르지 못해 공개되지 않은 인터파크커머스 이용자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2~5위 사이 업체 MAU가 조금씩 줄어든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계속 오름세에 있었다.
━
“휴가 코앞인데”… 여행업계 판매 상품 돌연 취소
━
업계에서는 올초까지만 해도 위시 인수가 큐텐의 성장 모멘텀이 되면서 또 한번 구영배 매직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균열이 포착된 것은 지난달 10일 무렵이었다. 위메프로부터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들이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피해를 호소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큐텐의 공격적인 M&A를 지적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이 정산 지연을 공론화하자 큐텐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라며 “대금 지급은 7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진행이 더뎌져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입점 셀러들이 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소비자들에게 구매 취소를 통보하는 등 사태가 점점 악화됐다.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코앞에 두고 항공권 등을 취소 통보받은 소비자들이 속출하면서 불만과 불안이 확산됐다.
━
정산 지연 방지 위한 신규 시스템 8월 중 도입
━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큐텐은 23일 2차 공지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 이탈과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산 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빠르게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8월 중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결제하면 각 회사에 대금이 보관되어 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되는 형태였다. 새로운 시스템은 안전한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티몬과 위메프는 상품 판매에 대한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받는다.이 방식을 적용하면 전체 결제 대금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지급 일자 또한 크게 앞당겨 빠르면 주간 단위 정산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큐텐의 설명이다.
해당 공지를 접한 업계는 구영배 대표가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구 대표지만 “이번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입국했다”는 설까지 돌았다. 다만 큐텐 측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판매점들도 철수하기 시작했고 고객들도 구매하지 않으니 유동성 얘기가 점점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시스템 적용 시기까지 큐텐이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