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마지막 배팅에 나섰다.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50대를 구입한 것을 두고 나온 얘기다. 메가캐리어 대비를 위한 기단 확보로 볼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당국의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영국 판버러 에어쇼 현장에서 B777-9 20대, B787-10 30대(예비 발주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약 30조원 규모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30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구매 계약은 이보다 20대 늘었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가장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탄소복합소재로 이뤄진 날개가 기존 777계열 항공기보다 더 길어져 연료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 777 계열 항공기 중 동체 길이가 가장 길어 통상적으로 400~420석 규모의 좌석을 장착할 수 있다.
미래 항공 수요를 위한 메가 캐리어를 대비한 기단 확보지만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의 이번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 계약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끝내기 위한 행보라고 본다. 전 세계에서 항공사들에게 민간 항공기를 제작해 판매하는 곳은 미국 보잉사와 EU(유럽연합) 에어버스 뿐이다.
이번 대한항공의 대규모 구매 계약 체결로 보잉은 시름을 덜게 됐다. 보잉은 최근 잦은 사고로 이미지가 실추하고, 실적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지난 5월에 세네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던 보잉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10명이 다쳤다. 4월에는 델타 항공 소속 보잉 767 여객기가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비상탈출용 미끄럼틀이 떨어져 나가며 회항했다. 3월 보잉 777-200은 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이륙하여 249명을 태운 후 이륙한 지 몇 초 만에 바퀴가 빠지는 사고를 겪었다.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사 구매 결단으로 오는 10월 예정된 미국 경쟁당국(DOJ) 승인은 확정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EU에서 처럼 조건부 승인을 받게 될 수는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에어버스와 신형 항공기 22대를 18조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무렵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EU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4개 도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과 화물사업 매각 등을 조건부로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결정하고 관련 14개국에 승인을 요청했다. 기업결합은 승인은 시정조치 이행을 경쟁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은 뒤 거래 종결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총 14개국 중 13개국의 승인 절차를 완료한 상태다.
현재 미국 공정거래 당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DOJ와의 기업결합 진행 절차와는 별개로 최첨단 항공기 선점을 통한 기단 현대화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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