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해군 함정의 납기일을 또 연기했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12월 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해군의 차기 잠수함구조함(ASR-II) 강화도함 1척을 4435억원에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최초 계약 당시 이 함정을 2022년 12월 15일까지 인도하기로 했으나 2020년 3월부터 최근까지 총 여섯 차례 납기일을 변경했다. 현재 인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 특수선 사업에서 납기일 준수는 건조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보상금을 내기도 한다. 한화오션은 8조원 규모의 차기 한국형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경쟁하고 있다.
잠수함구조함은 조난 당한 잠수함의 승조원을 구조하는 게 핵심 임무다. 강화도함은 경하배수량(경하흘수 상태에서 선체가 밀어내는 물의 부피)이 5600톤(t)으로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청해진함(3200t)보다 규모가 크다. 길이 120m, 폭 19m로 13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성능 평가 일정 등을 군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납기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함정 건조에는 해군이 지정한 기자재를 써야 하는데, 이 기자재 공급 일정이 늦어지면 납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매번 성능 평가를 군과 조율해야 해 이 일정에 따라 납기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납기 지연에 대해 “완벽한 품질과 안전 확보를 위해 현재 잔여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잔여 시험이 완료된 후 인도일이 확정되면 정정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최대 수백억원의 지체상금(납기 지연으로 인한 보상금)을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화오션은 2014년 잠수함 3척의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했는데, 2018년 10월로 예정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45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받았다. 한화오션은 납기 지연에 대한 책임이 크지 않다며 감액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한화오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납기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은 책임 소재를 따져 면제 또는 그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올 하반기에 발주가 예정된 KDDX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사업의 수주를 노린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맡았고,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함정 납기 지연이 KDDX 수주전의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납기 지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체상금의 책임 비율이 높게 나오면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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