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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iz] ‘리틀 라싸’의 현대화 발전…거리 곳곳에 ‘중국몽’ 선전문구

아주경제 조회수  

배인선 기자
티베트 불교의 최대 종파인 겔룩파 6대 사원 중 하나인 라부렁사(拉蔔楞寺 [사진=배인선 기자]

“따시데렉(tashidelek).”

중국 간쑤성 짱족(티베트족) 마을 자라가마촌 입구에 멈춰 선 버스에서 내리는 취재진에게 환한 표정의 마을 주민들이 ‘하다(티베트에서 환영을 뜻하는 흰 천)’를 목에 걸어주며 환영 인사를 한다. 따시데렉, 축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티베트어 환영 인사다.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로는 자시더러(扎西德勒)라고 읽는다. 따시데렉과 자시더러, 전혀 다른 말인 것처럼 티베트어와 중국어 사이의 간극이 느껴진다.
 

마니차·탕카·오체투지···티베트문화 숨 쉬는 ‘리틀 라싸’

 

배인선 기자
자라가마촌에서 만난 티베트족 청년들이 마니차를 돌리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자라가마촌은 간쑤성의 간난티베트족자치주 허쭤시에 소재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중국 티베트족자치구인 시짱자치구가 외국인 개별 여행을 제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곳 간난자치주는 여행허가증 없이도 외국인이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 간난자치주는 ‘리틀 라싸’라고도 불린다. 라싸는 시짱자치구의 성도로 티베트의 중심 도시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2층짜리 화려한 누각 하나가 눈에 띈다. 수십 개 작은 마니차로 둘러싸인 누각 안에 들어서면 2m 높이의 원통형으로 된 대형 마니차가 놓여있다. 마니차는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불교 도구로, 때마침 나이 든 티베트족 할머니가 마니차 손잡이를 돌리고 있다. 안내원은 “주로 노인들이 매일 이곳에 와서 마니차를 돌린다”며 “티베트족 마을마다 이러한 마니차 누각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티베트에선 경전이 들어있는 마니차를 한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최소 세 바퀴는 돌려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기자도 마니차를 돌렸다.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누각에서 경건한 종소리가 들린다.

현재 마을에 거주하는 200여 명의 주민 중 티베트족 비중은 약 26%다. 티베트족이 사는 집 앞마다 세워진 긴 장대에 매단 오색 깃발이 바람에 흩날린다. 오색 깃발엔 티베트어로 불경을 빽빽이 적어 놓았다. 룽다다. 바람이란 뜻의 ‘룽’과 말을 뜻하는 ‘다’가 합쳐진 티베트어로 불경이 바람을 타고 세상으로 널리 퍼지게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티베트족 집에도 직접 들어가 봤다. 오색 빛깔로 화려하게 꾸며진 2층짜리 집 내부에는 티베트 불교 성지로 불리는 라싸 포탈라궁을 그린 불화 탕카가 큼지막하게 걸려있고, 미니 마니차도 놓여있다.

기자는 간난자치주에서 그간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티베트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푸퉁화와 함께 티베트어를 병기한 가게 간판과 도로 표지판,  티베트 전통 복장을 입고 마니차나 염주를 손에 들고 경전을 읊는 노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인선 기자
허쭤시 티베트 불교사원인 미라르바포거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족 순례객. [사진=배인선 기자]

현지 티베트 불교사원에 가면 두 손을 모으고 염원을 담아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는 순례객도 눈에 띈다. 오체투지는 신체의 다섯 부분(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을 땅에 닿게 하며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기원하는 것이다.

허쭤시의 거대한 티베트 불교사원인 9층짜리 미라르바포거(米拉日巴佛閣)와 샤허현에 위치한 라부렁사(拉蔔楞寺)가 대표적이다. 특히 티베트 불교의 최대 종파인 겔룩파 6대 사원 중 하나인 라부렁사는 세계 최대 티베트불교학원으로, 티베트 불교계의 ‘칭화대학교’라 불린다고 한다. 라부렁은 티베트어로 생불이 거처하는 곳이란 뜻이다.

라부렁사 중심의 대경당 광장에는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사이로 붉은 가사를 입은 티베트 승려와 티베트 전통 복장을 한 순례객이 보인다. 취재진을 안내한 라마승 해설사는 “티베트 불교 승려 양성을 위해 종교 교리, 티베트 의학, 천문·수학·역법 등 모두 6개 학부가 이곳에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700여 명 정도의 승려가 수학하고 있다”고 했다. 전성기 때는 4000명의 승려가 기거했을 정도로 티베트 불교 사원 규모가 컸다고 한다.

사진배인선 기자
허쭤시 티베트 불교사원인 미라르바포거를 찾은 관광객 사이로 붉은 가사를 입은 티베트 승려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中 공동부유·향촌진흥···현대화 개발 탈바꿈도

티베트족 문화와 전통이 아직 남아있는 간난자치주는 사실 중국 빈곤 지역의 대표지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통치 속에 빠르게 현대화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티베트족 마을 자라가마촌이 대표적인 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초원에서 양이나 소를 기르며 가난하게 살았다. 이곳서 만난 한 20대 티베트족 청년은 “2016년까지만 해도 낡아 빠진 집에 살며 땔감을 태워 불을 피우고, 흙길에서 마차를 타고, 우물물을 떠 마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의 향촌진흥·공동부유 정책 속에 현대화된 마을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그는 전했다. 천연가스로 요리와 난방을 하고, 수돗물을 이용하고, 주차장엔 전기차 충전소도 설치돼 있다. 주민들이 현지 정부가 추진하는 티베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캠핑이나 홈 스테이 같은 농촌 문화 관광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면서 소득도 늘었다는 것. 

중국 간쑤성 간난타베트족자치주 스마트 양떼 목장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간쑤성 간난티베트족자치주 스마트 양떼 목장. [사진=배인선 기자]

간난자치주 현지 기업들도 중국 공산당의 향촌진흥 정책에 발맞춰 현지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앞장서고 있다.

간난자치주 허쭤시에 위치한 유제품 가공기업 화링은 현지 농가에서 키운 야크젖을 수매해 유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특히 간난자치주 20개 마을의 790개 가구가 모두 화링그룹의 주주로, 그룹 매출 일부를 매년 배당금으로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 세계은행 등으로부터 글로벌 탈빈곤 지원 모범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간난자치주 샤허현에는 현지 국유기업이 투자해 만든 티베트양 ‘스마트 목장’도 자리 잡고 있다. 양떼 전용 자동 배변·세척판, 자동 통풍·온도 조절기, 자동 식수대 등을 모두 갖춘 이곳은 최대 1만 마리의 티베트양을 사육할 수 있는 규모다.  현지 유목민이 키우던 양떼는 이곳서 체계적으로 사육돼 현지 농가의 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리신핑 허쭤시 당서기는 취재진에게 “시진핑 총서기의 정확한 지도와 티베트 통치·법률 지도 아래 허쭤시 티베트족 경제·사회는 천지개벽의 발전이 이뤄졌다”며 “2017년 티베트족 지역에서 가장 먼저 빈곤에서 벗어난 데 이어 오늘날 경제 발전, 사회 단결, 종교 화합, 인민 행복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통치 아래 허쭤시는 티베트 민족 현대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화민족은 한 가족”···티베트족의 ‘한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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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가마촌 마을 입구 벽에는 톈안먼과 만리장성 그림 사이로 ‘중국몽, 민족 단결 한가족’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사실 간난자치주에선 중국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중화민족 통합과 단결, 민족공동체 의식 강화를 외치는 중국 공산당 선전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톈안먼과 만리장성 그림 사이로 ‘중국몽, 민족 단결 한가족’이라는 표어가 적힌 티베트족 마을 입구의 대형 벽화, 유치원 벽에 걸린 ‘푸퉁화를 보급해 민족 응집력을 강화하자’는 문구, 석류씨처럼 민족이 서로 꼭 껴안아 단결해야 한다는 의미의 ‘석류씨 정신’ 표어가 대표적이다.

티베트족 마을에 위치한 당원활동센터 건물 앞에는 ‘당의 은혜를 입은 70년, 휘황찬란 발전한 70년’이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3년 전인 2021년 8월 중국이 대대적으로 기념한 티베트 ‘해방’ 70주년 경축 문구다. ‘해방’이란 중국이 1950년 티베트에 군대를 보내 이듬해 중국 영토로 병합한 것을 뜻한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간난자치주는 한때 중국 공산당 통치에 반대하는 티베트 승려의 분신 투쟁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다. 중국이 유독 민족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는 데에는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티베트 분리 독립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느껴졌다.

이를 놓고 티베트족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취재진이 현지에서 만난 20대 티베트족 청년은 “어렸을 적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푸퉁화와 티베트어를 함께 공부했다”며 “티베트 전통 문화는 잘 보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외신에서는 중국이 최근 티베트족 학생들을 이른바 ‘중국화(한족화)’하기 위해 기숙학교에 보내는 정책을 펼치고 티베트어를 가르치는 사립학교를 폐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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