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외화가 늘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내내 1400원을 위협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그만큼 빠져나가는 외화도 많다는 의미다.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전날보다 2.4원 내린 1383.8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평균 환율은 1349.50원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앞선 두 차례 위기 때와는 거시경제 여건이 다르다. 지난 5월 경상수지 흑자는 89억2000만 달러로 2021년 9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5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54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0억 달러 적자)과 비교해 305억 달러 개선됐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 외화가 유입되면 환율이 하락하는 게 통상적이라 최근 고환율이 지속되는 데 대한 의구심이 크다. 이에 대해 한·미 간 실질금리 격차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이득이라 국내 보유 달러가 태평양 건너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들어와도 잠시 머물다가 서학개미 열풍에 휩쓸려 그대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만 놓고 보면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와야 하는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경상수지 반대 개념인 금융계정 순자산은 지난 5월 75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63억3000만 달러)가 늘었고 미국 주식을 비롯한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도 무려 71억 달러 급증했다. 1~5월 누적 해외 증권 투자는 35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봐도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 증권 보관 금액은 1273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1041억9000만 달러)보다 22.2%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외화 주식이 90.7%를 차지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외환당국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인 2%로 벌어졌는데도 국내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건 해외 보유 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이 순대외채권국이 된 결과 환율 상승 충격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흡수 능력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환율 변동은 엔화나 위안화 환율 등 역내 요인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은 “달러화 가치와 주변국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요인뿐 아니라 지역 요인의 변화 양상이 원화 환율에 미칠 영향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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