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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 “신뢰성·전문성·경제성 확보가 AI 보급 앞당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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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 부문장 사진LG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 부문장. [사진=LG]

최근 산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AI 붐’이 강하게 불고 있다. IT 업계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등 기간산업들도 AI 적용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을 필두로 AI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지난 2020년 12월 설립한 LG AI연구원이 대표적이다. 그룹의 AI 전문가들을 모은 조직으로,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최신 AI 기술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시 구 회장은 AI연구원 출범 축하 메시지를 통해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며 “이 과정에서 AI연구원이 그룹을 대표해 기업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의 방법을 발전시켜나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설립 4주년을 앞두고 있는 LG AI연구원에서 전략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김유철 부문장을 만나 LG그룹의 AI 사업 추진 현황과, AI 대중화를 위해 선행돼야 할 조건 등을 짚어봤다. 김 부문장은 “AI가 산업과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신뢰성·전문성·경제성’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성장 전망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하이프사이클(Hype Cycle)이라는 말처럼 지금이 최고점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거는 이 기술이 언제 정말로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느냐라고 생각한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우리가 여기까지 보여줄 수 있어요’라는 데모들은 나오고 있는데, 정말 소비자가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AI 이전 세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산업에 적용해서 누가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가느냐가 몇 년간의 핵심이 될 것이다.

과거 서부개척 시대 골드러시 당시 청바지나 곡괭이를 판매하는 회사가 돈을 벌었다. AI 시대에서는 인프라나 클라우드, 데이터 레이블링 회사들이 돈을 벌고 있다. 반면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 회사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실질적인 AI 보급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어떤 조건들이 선행돼야 하는가?

“결국 (AI가)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고객한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는지 찾아내는 게 포인트다.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유즈 케이스(Use Case) 발굴이 중요하고, 모델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전문성에 기반해서 글로벌 시장 확산이 가능한 모델들을 잘 만들어야 한다. 한 국가에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수익이 발생한다.

그래서 LG는 3가지 조건을 항상 얘기한다. ‘신뢰성·전문성·경제성’이다. 학습데이터나 결과물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생성됐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고객이 학습된 과정이나 결과물을 믿고 활용할 수 있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의 경우 현장에 들어가면 최근 생성형 AI 답안생성 능력뿐만 아니라 부가기능들이 많이 요구되는데, 이미 기업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인프라나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나 문서 툴을 효과적으로 호출하고 인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능이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 경제성은 맞춤형 모델을 만들다 보면 사용하고자 하는 유즈 케이스에 특화돼서 만드는데, 규모도 최적화해서 사용할 때 쓰는 비용도 최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만족해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LG AI연구원에서 선보인 엑사원(EXAONE) 적용 사례는?

“앞에서 설명한 취지대로 만든 것이 ‘엑사원’이다. 2021년 12월에 첫 버전을 만들었고, 지난해 7월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엑사원은 산업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국어 모델 등을 지향했다. 신뢰성·전문성·경제성을 만족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룹 내부에서 보면 LG전자의 AI 컨택센터에서 상담원들이 고객과 통화할 때 상담 내용을 보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도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패키지 디자인할 때 디자이너들이 엑사원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영감을 받으면서 활용하고 있다. 곤지암 화담숲에 있는 사진들도 6700여 장 보여줘서 미디어아트로 기획시킨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제조현장에 활용되면 품질관련 부서에서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엑사원에 물어보면 몇분 내로 관련 내용을 검색해서 보여준다. 또 계열사별로 특화된 코딩을 도와주거나 오류를 찾아내거나 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

그룹 외부로는 행정안전부나 특허청 등 행정기관 특화 모델을 개발해서 지원하고 있다. 문서에 있는 분자구조식이나 그래프 표 인식하는 기능도 있어서 유럽에 있는 출판사에도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또 글로벌 전임상 넘버 1 업체와도 협력해서 알츠하이머나 암 같은 치료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수요예측 기술이 있어서 AI ETF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2022년 초에는 뉴욕 패션쇼도 진행하는 등 그룹 내외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딥페이크와 프라이버시 침해 등 AI 기술 악용 사례 문제에 대한 생각은?

“기술의 악용이나 오용은 반드시 방지해야 하지만, 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혼자 할 수는 없다. 개발하는 기업도 방지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해야 하고, 규제나 규범 등 정책들도 잘 마련돼야 한다. 또 사용자인 대중에 대한 교육 등도 복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딥페이크를 예로 들면 올해 2월 글로벌 25개사가 뮌헨 안보회의에서 선거 활용 방지 협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는 LG AI연구원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 협약에서 7가지 약속을 했다. 이 중 기술적인 대응은 합리적 예방조치 연구, 기술적으로 가능한 식별조치를 추가하겠다는 내용뿐이며, 나머지는 캠페인이다. 사기성 캠페인을 탐지하려고 시도하고, 제작·유통을 발견하면 대응하겠다, 이런 결과를 공유하고, 대중을 교육하고, 공개토론에 적극 참여해서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프라이버시도 규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안전벨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동차도 처음 개발될 때는 AI처럼 잘 쓰면 좋은데, 잘못하면 위험한 제품이었다. 사고 위험이 있어서 엔진의 성능을 제안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가 결국 안전벨트가 개발됐다. 엔진의 성능을 제한하지 않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생명을 지켜주는 장치다. 이를 개발한 볼보가 특허를 바로 오픈했다. 이 특허가 공개되고 모든 자동차에는 안전벨트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이 생길 때까지 30여 년이 걸렸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제조사가 반대했을 거 같은데, 오히려 시민단체가 반대했다. 개인의 기본권인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AI 성능이 고도화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국가 데이터를 오픈하라고 하면 기밀이라 하고, 기업 데이터를 오픈하라고 하면 영업비밀, 개인 데이터 오픈하라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한다. AI 시대가 되려면 이런 부분이 완화돼야 한다. 나라마다 규제를 만들고 있는데 공감대를 빨리 만들어서 조정하는 나라가 더 좋은 사례를 만들고 AI 시대를 빨리 만들 가능성이 크다.” 

-AI법 시행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AI법이 나라마다 AI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AI에 대해 자율 규제를 하고 있다. 다만 프런티어 AI 모델이라고 해서, 고도로 발전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그런 부분만 조심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나 저작권 이슈는 법원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AI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안정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있다. AI를 통한 창조적 혁신이 멈춰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새로운 기업이 창업되고, 그 회사가 톱 회사로 진입하는 비중이 꽤 있는데 유럽은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새로 창업된 기업이 잘 없다. 금지하는 것들이 많고 규제 위주로 많이 진행되면서 국내총생산(GDP) 격차도 미국과 벌어지고 있다. 경제를 더 키운다기보다는 혁신에 부정적인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AI법이 아직 없다. 빨리 만들어야 한다. 어디를 따라가야 할지가 중요한데, 유럽보다는 미국을 따라가는 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글로벌 수출하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5월 서울에서 ‘AI 서밋’을 진행했는데 이때 안전·혁신·포용이라는 방향성이 제시됐다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법이 나왔으면 좋겠다.”

-LG에서 진행하고 있는 AI 교육 및 인재 유지 활동은?

“LG AI연구원 산하에 LG AI 대학원이 있다. 계열사 인력들을 파견 보내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한다. 산업현장에 있는 문제를 같이 가지고 와서 연구원 내 교수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문제를 풀고 논문을 쓰면서 교육을 한다.

인재 유치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지난 4월 테크컨퍼런스도 계속 하고 있고, 미국 시애틀에서 ‘CVPR(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도 하고 있다. 글로벌 AI 학회에 가면 AI연구원이 계열사들과 부스를 만들며 전시활동도 하지만 채용상담도 병행한다. 만 19~2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LG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 ‘에이머스’도 1년에 2번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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