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의 오랜 동맹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24일(현지시간) 연설을 하는 가운데,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불참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더 공감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두 사람간 대(對)이스라엘 정책 기조에서 차별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시작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나 외국 정상 등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상·하원 합동연설에는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과 하원의장이 공동으로 주재한다.
이에 따라 상원의장인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의회 연설을 했을 때 의장석을 지켰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 불참하는 대신 인디애나주를 찾아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한다. 인디애나주 선거운동 일정은 기존에 잡혔던 계획으로 네타냐후 연설에도 불구하고 이를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간의 약간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은 평가했다.
그간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 문제에 더 무게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었다”면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보호 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3월 앨라배마주 연설에서는 가자지구 상황을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당시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응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같은 접근법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전쟁 지원으로 이탈한 아랍계 미국인 및 진보 진영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진보 코커스 의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의 상황에 깊은 공감을 갖고 있다”며 “그것은 그에게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동맹인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경우 공화당의 공세가 예상되는 데다 중도 유권자들의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존 코닌(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엑스에 올린 글에서 “네타냐후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의 모욕은 비열하고 무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오는 25일 네타냐후 총리와 각각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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