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프랑스는 중세 시대 테니스의 태동을 함께한 국가다. 그중에서도 수도 파리의 서쪽 포르트 도 투유에 위치한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은 ‘테니스의 성지’로 불린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클레이코트 대회로 꼽히는 프랑스 오픈의 주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1927년에 지어진 이 경기장은 그보다 9년 전인 1918년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프랑스의 전투기 조종사 롤랑 가로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땄다.
1941년 발발된 2차 세계대전 중 외국인을 위한 환승 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던 이곳은 이후 몇 번의 개조와 확장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초 프랑스 오픈이 막을 내린 후 재정비에 들어간 이곳은 지구촌 최대의 축제 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테니스의 모든 경기와 복싱 결승이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공식 첫 경기가 열리기 사흘 전인 24일(이하 한국시간)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폈다.
파리 지하철 10호선 포르트 도 투유역에 내려 이정표를 따라 약 1㎞를 걷자,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거대한 필립 샤트리에 코트(센터 코트·1만5000명 수용)가 눈에 띄었다.
비가 와도 경기할 수 있도록 개폐식 지붕이 달린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바깥에서 봤을 때 축구장으로 착각할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정문 입구에는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38)이 동상에 세워져 있었다.
프랑스테니스협회는 프랑스 오픈에서만 14차례 우승했던 나달을 기념하기 위해 2021년, 이 동상을 세웠다.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저마다 이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달 동상을 지나자 매점, 기념품 매장, 믹스트존, 자원봉사자 대기실 등 대회 운영을 위한 포인트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센터 코트 주위에 자리한 수잔 랑글렌 코트(1만명 수용), 시몬 매튜 코트(5000명 수용)에서는 선수들이 몸을 푸는 가운데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이 동선 표식, 방송 장비 설치 등 대회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메인 코트와 보조 코트 등 18개의 클레이 코트 상태는 매우 좋았다. 표면을 점토로 만든 클레이 코트는 플레이 도중 흙먼지가 날리는 모습이 매력이다. 이날은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코트에 적당히 물을 뿌려 땅을 다져 공의 불규칙 바운드를 막았다.
오전부터 훈련을 시작한 테일러 프리츠(13위), 크리스토퍼 유뱅크스(46위· 이상 미국) 등 주요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푼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코트를 빠져나갔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이후에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레이(이상 37·영국), 나달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이 차례로 이곳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아직 본 경기가 열리지 않았는데, 각국의 미디어 관계자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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