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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일용 노동자와 저소득 근로자 등을 위한 생활안정자금 융자 사업 예산이 상반기에 사실상 전액 소진되면서 대출이 중단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가 올해 경기 상황을 낙관해 사업 예산을 40%나 삭감했는데 건설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집행된 생활안정자금 융자는 총 8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예산인 885억 원의 99.0%에 달하는 규모로, 영업일 기준 올 상반기에만 매일 7억 원씩 예산이 나간 셈이다. 생활안정자금은 결혼이나 장례·질병 등 예기치 못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취약 근로 계층에 연 1.5%의 금리로 최대 2000만 원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사업 예산이 상반기에 바닥난 것은 정부가 올해 경기회복세를 기대하고 예산을 지난해보다 41.0%나 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제 집행액(165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46.4%나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 한파가 이어지면서 생활안정자금 수요는 줄지 않았고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초 이 사업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업 중단 같은 핵심 사안은 공개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예산 증액을 추진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고용부 천안지청을 방문해 “예기치 못하게 긴급 자금이 필요한 저소득 근로자들이 지체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고용부 역시 “상반기 중 추가 재원을 미리 준비해둘 계획”이라고 했는데 부총리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미 사업은 재원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였던 것이다. 저소득 근로자들이 두 달 가까이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근로복지공단은 지난주에야 근로복지진흥기금 운용 계획을 변경하고 사업비를 300억 원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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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사업 수요가 치솟자 월별 한도를 100억 원으로 제한해 100억 원이 소진되면 해당 월에는 자동으로 접수를 마감하고 지원 방식도 선착순 지원에서 선별 지원으로 바꿨다. 지원 문턱을 높인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이 방식을 적용해 사업을 재개하고 하반기 중 5600여 명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취약 계층이 늘고 있어 사업 예산이 또 동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근로자는 1년 전보다 6만 6000명(3.1%)이나 감소하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일용 근로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2만 1000개(11.1%)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세부 운영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더 걸렸다”며 “이후 예산이 소진되면 (재원 확충을)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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