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리딩금융 탈환에 시동을 건 KB금융그룹의 ‘효자 계열사’ KB국민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분기 기준 지주사 역대 최고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이어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홍콩ELS)’ 악재, 금융권 전반의 가계부채 이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특히, 타 은행과 달리 내부통제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이전 행장들도 3연임에 성공한 사례도 있어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추가 임기를 부여받을 가능성은 한층 높아 보인다.
‘1분기 쇼크’ 극복한 KB국민銀
2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23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2분기 1조7324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 전분기 대비로는 65%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같은 실적 기록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전년 대비 고른 성장세를 보인 비은행의 성과가 있다는 게 KB금융 측의 설명이다. 실제 주요 비은행 계열사 실적을 살펴보면 우선, KB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1781억 원으로 전년 동기(1090억 원) 대비 63.6% 급증했고 KB손해보험도 27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2714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 개선의 여파로 전체 지주사 실적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49%로 50%대에 육박했다.
이 같은 비은행 계열사 실적 제고 못지않게 주목받는 곳은 역시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성과다. 지난 1분기 KB국민은행은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의 여파로 대규모 자율배상에 나서면서 사실상의 ‘어닝쇼크’를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분기에 KB국민은행이 자율배상을 위해 전입한 충당부채는 6340억원에 달했다. 국내 일부 은행의 1년 당기순익만큼의 비용을 자율배상에 투입한 셈이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상반기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1조8585억원) 대비 19% 가량 감소한 1조5059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홍콩ELS 자율배상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지난 1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감소세다.
다만, 2분기 기준 당기순익은 1조1164억원으로 전분기(3890억원) 보다 186%,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4%가량 늘어났다. 1분기 실적에 반영된 홍콩ELS 자율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제외하면, 상반기 당기 순익 기준 ‘2조 클럽’ 가입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향후 홍콩H지수가 상승할 경우, 기존에 차입된 관련 충당부채가 환입되면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가장 많은 충당부채를 적립해 놓은 국민은행의 경우, 이러한 H지수 상승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에서 빛난 이재근 리더십
이처럼 KB국민은행의 실적이 대폭 상승한 데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전략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재근 행장은 취임 전부터 가계대출보다는 자산관리, 기업금융 위주의 실적 제고를 꾀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
이 같은 이재근 행장의 의지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는데, 이번 상반기 실적 제고를 견인한 기업대출 부문의 성장세가 단연 눈길을 끈다.
지난 상반기 기준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총 351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341.6조원), 전분기(343.7조) 대비 각각 2.9%, 2.3% 개선됐다.
이러한 대출 성장을 견인한 영역은 기업금융이었다.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상반기 기준 180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176.5조원) 대비 2%가량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세(2.6%) 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다.
다만, 대출 영역별로 살펴보면 전체 대출 차주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지난 1분기 38.9조원에서 2분기 41.7조원으로 3개월 사이 7.2%(2.8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는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5.2%) 보다도 큰 증가세다.
특히 이재근 행장이 취임한 지난 2022년 이후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21년 20.4%(대기업 7.6% / 중소기업 12.8%) 수준이었던 전체 대출 내 기업대출 비중은 2022년 23.1%, 2023년에는 25.2%까지 상승했다. 지난 2분기 기업대출 비중 또한 25.5%로 전년 대비 소폭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비중(일반대출+주택자금)은 2021년 53.4%에서 지난해에는 48.7%로 5%p 가까이 하락했다. 전체 여신 잔액의 꾸준한 증가세는 이어가면서도, 대출 포트폴리오 비중을 가계에서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이재근 행장의 전략이 사실상 통한 셈이다.
2+1임기도 끝…추가연임 ‘청신호 켤까’
업계에서는 이러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경우 이재근 행장의 연임 또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임의 변수로 거론되는 실적 등 성과 측면에서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시장조사기관과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KB국민은행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억제 조치가 지속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아진 대출 금리의 여파로 이자익 감소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 등 1회성 비용이 상반기 대비 줄어들 가능성도 높아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실적 개선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타 은행과 달리 내부통제 이슈에서 비교적 벗어난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물론 임기 중 복수의 배임 사고가 적발되기는 했지만,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등 선제적 노력을 행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일각에선 다소 악화한 일부 건전성,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이재근 행장의 추가 연임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실제 지난 2분기 건전성 및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모두 전분기 대비 다소 악화됐다.
지난 2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84%로 전분기(1.87%) 대비 0.03%p 하락했다. 또 연체율(0.28%), 부실채권(NPL) 비율도 각각 0.28%와 0.37%로 전분기 대비 소폭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인 전 행장 또한 ‘2+1년’ 임기 후 추가로 1년 임기를 보장받은 사례가 있어 3연임 자체가 낯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재근 행장을 향한 양종희 회장의 신뢰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결국 실적만 뒷받침된다면 추가 연임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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