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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연착륙 사이 중심 잡기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23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당국의 양 축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대출을 놓고 ‘엇박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조이기를 압박하고 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 가계대출은 7월 들어 3조6천억 원 가량 뛰었는데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 부적절한 영업행위는 없는지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 압박 속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가산금리를 높이며 실제 상품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은행채(AAA, 무보증) 5년물 신용평가사 5곳 평균 금리는 전날 기준 3.334%로 지난해 말(12월29일) 3.705%보다 0.35%포인트 가량 내렸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전날 대면 주담대(주기형’혼합형) 금리를 24일부터 0.2%포인트 높이기로 했고 다른 주요 시중은행도 같은 행보를 걸었다.
다만 금융위는 다른 태도를 보여 오히려 가계부채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월 말 가계부채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적용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미룬 것이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6월27일 기자들과 만나 “스트레스DSR 규제 확대 연기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일뿐 ‘부동산 가격 띄우기’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배경에는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 경기 침체 등에 시름한 부동산 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고민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은 3%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에 크게 못 미치며 자금의 절대다수를 금융권에 기대고 있다.
국내 시행사는 주요국과 달리 토지와 공사 대금 대부분을 PF대출로 융통해 경기변동에 특히 더 민감하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과 부동산시장을 둔 시소게임의 최종승자가 은행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대출금리는 올랐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회복 기미를 보여 주담대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려도 은행이 가계대출을 관리하려는 정부 압박에 따라 대출금리를 유지하거나 높인다면 은행의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
전세계 주요국이 2022년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흐름에 가계부채를 줄이는데(디레버리징) 성공했지만 한국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차기 금융위원장이 무거운 과제를 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기준 98.9%로 집계됐다.
IIF 보고서 대상 국가 59곳 가운데 4위로 한국은 2019년 빚을 내 집을 사는 ‘영끌’ 열풍 이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내정자도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연착륙 사이 균형잡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김 내정자는 전날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엄정한 사업성 평가를 토대로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가계부채는 경각심을 갖고 DSR 내실화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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