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자우림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 신경마비로 인한 후유증을 고백했다.
23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는 ‘자유롭게 꿈꾸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마음껏 사랑하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강연 무대에 선 김윤아는 “제가 잘 못하는 일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한다. 저는 긴장을 내려놓는 일을 정말 못한다. 근육과 관절들이 막 서로 항상 이렇게 당기고 있고, 잘 때도 이완이 잘 안된다. 그래서 자고 나도 몸이 뻐근하다. 수면의 질도 별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몸만 그런 건 아니다. 뇌도 항상 긴장하고 있다. 항상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눈 앞에 처리할 일은 없나’ 생각하고 계획을 세운다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면 대비책이 필요하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게 어쩌면, 20년 이상을 한 순간도 안심을 못하고 긴장하고 지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을 이은 김윤아는 “지금도 집에서 소파에 잘 안 앉는다. 제가 낮잠을 자는 날은 몸이 많이 아프고 열이 있는 날 정도다. 지금도 머릿 속에 몇 년의 계획을 다 갖고 있다. 그런 제가 2년 전 쯤 길을 걷다가 하나의 문장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지 않나. 인생의 절대불변의 명제는 ‘인간은 죽는다’는 것이다. 죽음은 매우 멀 수도 있고 당장 내일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의 인생에는 마지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윤아는 “저는 순수하게 아름다운 사랑노래를 잘 못 부르고 잘 못 쓴다”면서 “제가 중도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 새로운 방식과 화법으로 새 앨범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저와 저희 팀이 데뷔한 지 햇수로 28년이 됐다. 그 동안 자우림이 11장의 정규 앨범, 7장의 스페셜 앨범, 김윤아로 5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가보지 않은 길이 있더라”며 미소 지었다.
“2011년에 자우림의 8번째 정규앨범을 만들고 나서 제가 면역력이 너무 약해져서 뇌신경마비가 왔다”면서 “선천성 면역결핍자라서 지금도 매달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뇌신경마비로 후각, 미각, 청각, 통각, 냉온감, 얼굴부터 상체 근육과 미주신경까지 다 영향을 받고 문제가 생겼다. 지금도 사실은 마비 후유증때문에 몇 가지 기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발성 장애도 남아서 이건 힘으로 억누르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윤아는 “그때 마비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고생하면서 만들었던 8집 앨범 완성본을 받아들었다. 그 앨범을 보면서 나와 자우림이 만든 마지막 앨범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심각한 생각에 빠졌던 때를 떠올렸다.
이어 “일할 때 가장 중요한 청각에 이상이 왔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겠더라. 다행히도 청각과 근육들도 어느 정도 회복 돼서 지금 보시다시피 일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때 그 경험 이후로는 항상 ‘이번 일이 내 마지막 작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더 모든 걸 다 쏟아 부으면서 일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윤아는 “마지막이 언제 올 지 모르는데 그럼 지금 이 순간 가장 밝게 타올라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인생도 어떻게 생각하면 마찬가지다. 이 마지막 지점이 언제 올 지 모른다면 죽음이 언제 올 지 모른다면 오늘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웃고 울고 살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아직도 저에게 가보지 않은 길이 이렇게 존재하고 제 안의 등불은 여전히 밝게 타오르고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모험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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