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병원 교수들, 교육·지도 거부…사직 전공의 자리 비워두고 복귀 지원할 것
올해 하반기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이 시작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와 의사 단체들이 전공의 수련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며 모집 저지에 나서면서다. 수련 이외의 진로를 찾는 전공의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직 인원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의료계에서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제 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모집, 수련 특례 등 정부가 실시 중인 대책이 비정상적이라서 수련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전날까지 서울대, 성균관대, 울산대, 연세대, 가톨릭대, 고려대 등 6대 의과대학 병원 교수들은 새로운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상급년차 전공의 부재 상황에서는 1년 차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가 매우 우려된다”라며 “지방 사직 전공의가 수도권 병원으로 옮길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필수 의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전공의를 받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 올바른 의료 정립을 희망하는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본 과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가톨릭의대 안과학교실 교수들 역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행할 의사가 없음을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에 전달했다. 같은 대학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모집 시작 전인 20일 입장을 내고 하반기 입사 전공의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거부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하반기 모집된 전공의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전공의가 사직했더라도, 세브란스는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의 전공의 모집 반대가 거센 가운데 기존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도 요원하다.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한 2월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달라지지 않았으며, 복귀를 설득할 만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백지화 등이 포함된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문의 자격 취득 이외의 진로를 모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의대 졸업 및 국가시험에 합격한 일반의(GP)로, 개원을 하거나 의료기관에 봉직의로 취업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생활고를 겪고 있는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일자리 연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충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일까지 전국 110개 수련병원이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한 사직처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임용대상자 1만3531명 가운데 56.5%에 해당하는 7648명이 사직 및 임용포기 처리됐다. 22일부터 시작된 하반기 모집에서는 사직한 인원을 웃도는 총 7707명(인턴 2557명, 레지던트 5150명)을 모집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갈등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이탈한 2월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라며 “교수들이 전공의 모집을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자가 충분히 모일지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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