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박단비] 전 세계 아이가 줄고 있다. 속도는 다르지만 분명히 진행 중이다. 사람들 가치관이 달라졌고,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를 막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가 아무리 아이를 낳으라고 떠들어도 개인에게 가닿지 않는 세상이다.
아이가 적어지는 것은 분명 문제다. 아무리 억제해도 조금씩 인구가 늘어나거나 완만하게 줄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그림을 그려왔을 뿐이다. 아니면 ‘일시적인 문제 아닐까?’, ‘국가 정책으로 인구를 억제했던 것처럼 조금만 손대면 금세 증가하지 않을까?’, ‘조금 더 나중에 처리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안일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 우리나라 아이들은 순식간에 증발했다. 당장 오늘부터 아이들이 어마어마하게 태어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우리는 밀려오는 인구 절벽을 막을 수가 없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는 전문가 7인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구학, 진화학, 동물학, 행복심리학, 임상심리학 등 전혀 다른 분야 전문가가 지금 세태를 각자 시선에서 분석했다.
실제로 나 역시 고민했던 문제, 주변에서 봐왔던 상황이 있어 그런지 대부분 공감이 간다. ‘그래, 이렇게 어마어마한 상황이 단순한 원인으로 빚어졌을 리 없지.’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힌 실타래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해답 역시 책 속에 있다. 전문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명확하진 않아도 어렴풋이 길이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저출산은 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당장 와닿지 않아도 분명 내 삶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받을 수 있을지 요원한 국민연금도, 점점 쪼그라드는 내수시장도, 코앞으로 다가온 외국인 이민 관련 문제도 모두 현 상황과 맞닿아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저출산과 연결된다. 우리는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출생자를 늘리기 위해서도 힘써야 하지만, 이제는 이 사태를 대비하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 예견된 인구 절벽에 맞춰 각종 제도와 규범을 수정해야 한다. 문제의 뒤를 쫓지 않고, 문제의 길목을 막아서야 한다는 소리다. 지금처럼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사회 전체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책에서 말하는 길이 맞는 길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를 명확히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목소리를 낸다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래를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맞게 가치관에 맞게 행복한 가족을 꾸릴 수 있으면 좋겠다. 1인 가구도, 2인 가구도, 3인, 4인 그 어떠한 형태의 가구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은 더 이상 종이책으로는 만나볼 수 없다. e북이나 근처 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또 어떤 식으로 해결해 가야 할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겠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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