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열고 다자보험 먹튀 비판
실사 착수…독립 경영 보장 촉구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이 중국 다자보험의 먹튀를 비판하고, 인수자로 떠오른 우리금융그룹에 고용승계 반영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노조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실사 시 각 노동조합 대표자와 집행부와도 면담을 진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동양·ABL 매각대책위)와 동양생명 노조, ABL생명 노조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제대로 된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현재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중국 다자보험으로 지분 42.01%를 갖고 있고, 2대 주주는 중국 안방그룹이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의 경우 중국 다자보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진건 ABL생명 노조지부장은 “지속적인 투자, 강력한 투자,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말은 대주주가 되는 인수자들이 수없이 하는 많은 약속 중 하나”라며 “알리안츠생명이 지난 1997년 제일생명을 인수할 때도, 2016년 중국 안방보험이 ABL생명을 인수할 때도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약속을 저버리고 떠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ABL생명은 그간 일방적으로 노동조합과 조합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례를 수 많이 봐왔다”라며 “이러한 희생이 또다시 반복되서는 안된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고용승계, 단체협약 승계, 독립경영 보장 등 우리금융이 약속하기를 기대한다”라면서 “만약 우리 금융이 이를 보장 안 해준다면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안방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비상 경영을 위해 설립한 ‘중국 다자보험그룹’에 흡수되면서 ABL생명은 다자보험 산하 보험사가 된 바 있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지부장도 “동양생명은 그간 경영진의 부주의로 3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그 결과 많은 직원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해왔다”며 “얼마 전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가 사임하고, 한국인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직원들은 안정적이고 회사가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는데 이 조차도 얼마가지 못해 다시 매각의 주인공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양생명은 2010년 이후 대주주가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수많은 여러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국내 생명보험사 중 알짜 회사로 성장해 왔다”며 “동양생명, ABL생명 직원들은 대주주의 결정에 따라 흔들리고 버려져야 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양·ABL 매각대책위도 가세했다. 대책위는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애초에 중국계 자본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할 때부터 중국계 자본이 과연 경영의지를 갖고 인수를 했는지 의구심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당시 속전속결로 인가를 허용하면서 현재의 ‘먹튀’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금융은 인수 완료 뒤에도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인수 완료 이전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각종 합의서에 대해 승계한다고 약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수 절차로서 양사 실사 시 각 노조 대표자와 집행부 면담을 진행하고, 인수 이후 양사에 대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자회사 분리, 특정부문 외주화 등을 하지 않는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금융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동양·ABL 매각대책위는 “보험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고객 보호 및 노동자들의 기본적 노동권과 고용 보장을 위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며 “보험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거나 고용 보장을 침해한다면 투쟁할 방침”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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