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마치 대부업체로 전락한 모습입니다”
카드사 장기대출(카드론) 잔액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찍자 한국신용카드학회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카드론은 회사 입장에선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지만, 동시에 건전성 악화의 주범이다. 대다수 이용자가 상환여력이 낮은 취약차주이기 때문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원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5월 40조5186억원보다도 873억원 증가했다. 1년 전 37조6171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3조원 가까이 늘었다.
한편 카드사 건전성 핵심 지표인 연체율은 지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전업계 카드사 8곳의 실질연체율은 1.83%다. 전년 동기 1.45%와 비교해 0.38%포인트 오른 것으로 2014년 3월 1.88%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연체액도 급증했다. 1분기 기준 전업카드사 8곳의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2022년 1조2568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2조3132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금액은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기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당시는 카드사태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다.
이같은 부실우려에도 카드사는 오히려 카드론 금리를 낮추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는 지난 1월 16.19~18.11% 수준을 유지하던 신용점수 700점 이하 카드론 평균 금리를 지난달 15.96~17.90%로 낮췄다.
카드론 취급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롯데카드다. 지난해 말 4조2953억원이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7965억원 증가한 5조91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카드 5502억원 ▲삼성카드 2659억원 ▲우리카드 2021억원 ▲KB국민카드 1446억원 ▲NH농협카드 513억원 ▲BC카드 94억원 순으로 카드론 잔액을 확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683억원)와 하나카드(-1073억원)를 제외한 전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늘었다.
전례없는 카드론 규모에도 당분간 카드사들은 카드론 규모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낮은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에 대한 위험성은 모든 카드사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카드론을 조이면 순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카드사와 캐피탈사와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자성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체액 규모가 2003년 발생한 카드 대란 사태와 비슷한 수준인 만큼 카드사가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상으로 카드론을 늘리면 결국 연체율이 올라가 카드사가 적립해야하는 대손충당금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는 결국 카드사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은 “최근 조달금리가 낮아진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저신용차주를 더 확대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사업 발굴, 사업 다각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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