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5만5200개, 맥도날드 3만4000여개
“먹거리 유행 빠르게 쫓아 위기 대응”
편의점이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부상하고 있다. 각각의 편의점이 출시한 이색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오픈런’까지 일어날 정도다. 출시와 동시에 늘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는 것은 물론 어느덧 편의점의 매출을 올려주는 ‘실적 효자’가 됐다.
국내 편의점 산업이 이례적으로 호황을 누리자 외신도 이를 조명했다. CNN은 미국에서는 편의점이 주로 주유소 옆에 붙어있거나 번화가에 있고 거주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국은 편의점이 골목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고, 경쟁사의 매장이 같은 거리에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편의점으로 유명한 일본, 대만을 제치고 1인당 편의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이라며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는 것은 물론 현금을 뽑고 외화를 바꿀 수 있는 데다 음식은 간식부터 밀키트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 편의점은 5만52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수치다. 한국맥도날드에 따르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는 119개국에 3만4000여개다.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경쟁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정체기에 있을 때 국내 편의점 만이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트렌드 적극 반영 ▲PB상품 차별화 전략 ▲1인 가구 적극 공략 등 3가지 요인이 꼽힌다.
특히 그 중에서도 CNN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편의점 음식이 트렌드처럼 다뤄지는 현상을 집중 소개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들이 편의점 음식을 리뷰한 영상, 하루 종일 편의점 음식만 먹기 챌린지 영상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CU는 지난 6일 SNS에서 큰 화제가 된 두바이초콜릿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하루 만에 초도 물량 20만 개를 다 팔았다. 물건을 확보하기 힘든 두바이초콜릿을 해외에서 공수하는 대신 국내 초콜릿 제조회사를 통해 두바이초콜릿과 비슷하게 만들어 빠르게 대응한 게 주효했다.
또한 CU는 국내 최초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라라스윗과 함께 아이스크림 시장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CU가 단독으로 출시한 라라스윗의 저당·칼로리 아이스크림은 5월 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면서 빙과 업계 파란을 일으켰다.
GS25는 해외여행 시 반드시 구매하는 현지 ‘필수템’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일본에서 유명한 도라에몽 아이스크림과 유바리멜론젤리를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도라에몽 아이스크림 일본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도라에몽 캐릭터 케이스에 담긴 시원한 소다맛 아이스크림으로 이미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운영된 바 있는 ‘대롱대롱’ 상품과 유사하기도 하다.
지난 3월 말에는 아침 식사 대용 베이글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프리미엄 베이커리 ‘성수베이글’을 새롭게 선보였다. 네이밍 전략이 돋보이는 상품으로 ‘핫플’, ‘맛집’, ‘디저트’, ‘인기템’ 등이라는 단어를 연상할 수 있도록 ‘서울특별시 성수동’을 제품명으로 착안해 브랜드화 했다.
세븐일레븐은 디핀다트와 손잡고 구슬 아이스크림 특화 매장을 관광지에 숍인숍 형태로 열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들이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한 마케팅 전략이다. 작은 용량으로 판매됐던 과거와 달리 대용량으로 출시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세븐일레븐은 강릉곶감점, 부산광안지웰점 등 국내 유명 관광지 6개 점포에서 우선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매장의 구슬아이스크림 매출은 도입 초기였던 6월 4~10일과 비교해 이달 10~16일 20% 가량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안에 100여개 점포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맥주 시장에서 ‘가성비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달 초 선보인 덴마크 ‘프라가’ 맥주를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값에 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 역행하는 이 제품은 출시 5일 만에 25만 캔이 판매되며 많은 고객들의 발길을 편의점으로 이끌었다.
세븐일레븐이 1000원 맥주를 출시하면서 경쟁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들도 연이어 가격을 크게 낮춘 맥주 프로모션 제품, 또는 저가 맥주를 소싱해 판매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편의점 업체들이 이색 상품을 출시하게 된 배경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출발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업계 경쟁과 이커머스의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 편의점들은 소비자들이 자사 점포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 편의점은 ‘한 집 건너 편의점’이라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점포당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각 편의점 업체들은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 상품을 기획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거리와 상관없이 해당 편의점에 직접 찾아오도록 전략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편의점 브랜드의 구분 없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담배나 음료 등을 간단히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젊은 고객들은 편의점 브랜드를 구분해가며 각 브랜드의 인기 상품들에 대한 목적 구매를 하는 경향이 강해 타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과 특화 매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