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발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족하수(足下垂)’를 일으키는 비골신경마비를 다뤘다. 똑같은 현상이 손에도 나타날 수 있다. 발에 마비가 오는 것도 정말 당황스럽지만, 일상생활과 본업에 너무나도 중요한 손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수근하수(手根下垂)’ 때문이다, 이는 손과 손가락을 손등 쪽으로 들어 올리지 못하고 축 쳐지는 증상을 말한다. 족하수처럼 수근하수도 어떤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수근하수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요골(橈骨)신경마비다. 그 외의 원인으로 목 디스크, 뇌 질환, 척수 질환, 신경 질환, 근육 질환, 혈관 질환 등이 있다.
요골신경은 목에서 시작하여 어깨와 겨드랑이를 거쳐 팔로 내려가는 ‘상완신경총’을 이루는 신경 중의 하나다. 위팔의 뒤쪽으로 돌아내려가면서 아래팔과 손의 바깥쪽, 손등 쪽을 따라 내려간다. 이름은 아래팔의 2가지 뼈인 노뼈(요골)와 자뼈(척골) 중 엄지손가락 쪽에 위치한 요골의 이름을 따왔다. 요골신경은 비교적 피부 표면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눌리기 쉽다. 특히 겨드랑이, 위팔 뒤쪽, 팔꿈치 바깥쪽에서 잘 눌릴 수 있다.
이런 요골신경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압박을 받거나 손상이 생기면 손과 손가락을 들어 올리지 못 하는 수근하수가 발생한다. 손을 쫙 펴기가 어렵고, 손이 아래로 계속 쳐져서 물건을 쥐거나 들어 올리는 등의 손사용이 어려워진다. 쳐진 손이 어딘가 걸리면서 손바닥 쪽으로 더 꺾이게 되어 손과 손목을 다치기도 한다. 손등과 손가락에 저림, 통증, 감각저하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술 조심…‘토요일 밤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요골신경마비는 주로 잠을 자고 일어나서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팔을 괴고 자거나, 누군가에게 팔베개를 해주거나,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자는 등의 자세 때문에 신경이 눌려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주말에 술을 마신 뒤 잠을 자고 나면 잘 생긴다 해서 ‘토요일 밤 마비’라 부른다. 배우자‧연인에게 팔베개를 해주다가 생기기도 하므로 ‘허니문 마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골절‧탈구‧외상으로 인한 손상, 수술 후 합병증, 혈관이나 신경질환 등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잠을 어떤 자세로 자느냐에 따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통증을 참아가며 팔베개를 해주거나 과음 후 팔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딱딱한 곳이나 의자에서 잠드는 것도 피하도록 한다.
치료는 원인을 해결한 후 증상 완화와 신경의 회복을 위해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을 실시한다. 손이 쳐져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손목을 받쳐주는 보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골신경마비처럼 요골신경마비도 대부분 속도는 느리지만 경과가 좋은 편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잘 낫지 않는 경우 수술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Dr. SON의 슬기로운 재활치료’필자인 손영석 왕십리본정형외과 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삼성서울병원 성균관대학교 재활의학과 외래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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