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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억제에 ‘마통’ 잔액 1兆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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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뉴스1
서울에 있는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뉴스1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석 달간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금리가 꾸준히 하락해 평균 연 5%대 초반까지 내려가는 등 금리 부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등 신규 대출이 깐깐해지자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받으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마이너스통장 잔액(사용액)은 38조8196억원으로 3개월 사이 1조207억원 불어났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월 39조6696억원 ▲2월 38조5872억원 ▲3월 37조7989억원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38조3408억원으로 증가하더니 5월 38조7797억원으로 늘었다.

직장인들의 ‘비상금통장’이라고도 불리는 마이너스통장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대출 상품이다. 3000만원 한도에서 2000만원을 꺼내 쓰면 20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 된다. 금리가 높지만,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만드는 것이 통상적이다. 금리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약 0.5~2.0%포인트 높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증가한 데는 대출 금리가 하향 안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지난해 말 연 6% 중반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들어 ▲3월 연 5.45% ▲4월 연 5.38% ▲5월 연 5.23% ▲6월 연 5.29% 등으로 꾸준히 하락하며 5%대 초반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마이너스통장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달 들어 은행권 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는 하락하고 있으나 주담대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은행권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빚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3조3769억원 증가했다. 6월 한 달간 5조8467억원이 증가한 것과 비교해 늘어나는 폭이 가파른 상황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은행권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거나 금리를 높여 대출을 줄이는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3분기 가계 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6으로 2분기(-6)와 같은 수준을 보이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태도지수는 18개 은행 여신 업무 총괄 담당자들의 의견을 들어 지수화한 것으로 -100~100 사이에서 결정된다. 지수가 낮아질수록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를 시행하는 점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을 늘리는 요소다. 금융 당국은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며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상환 능력을 벗어난 가계대출 관행에 본격적으로 고삐를 죌 계획이다. DSR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로 규제되고 있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이 가계 부채 관리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숨어 있는 ‘구멍’이라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약정액이 아닌 대출잔액만 각종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고 있어 한도 약정액을 기준으로 보면 대출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또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가계부채 질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일반 신용·담보대출보다 0.3~1.0% 정도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원금은 물론 이자도 당장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여서 빚을 계속 쌓아둘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금리가 높아지자 차주가 신규 대출을 신청해 깐깐하게 심사받을 바에 그냥 좀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기존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다 쓰는 경우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고 월 단위로 이자가 붙어 대출 잔액이 많을수록 대출이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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