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가장 난감한 곳 중 하나는 BC카드다. 회사 덩치를 키워 신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케이뱅크만큼이나 절박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BC카드는 모기업인 KT로부터 케이뱅크 지분을 넘겨받아 3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케이뱅크 유상증자 때 재무적투자자(FI)에 약속한 조건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가 적지 않다.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해야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BC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29억6400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 38억원 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지만 업계 1위인 신한카드 1906억원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은 632억원으로 전년 1084억원 수준에서 40% 가량 빠졌다.
BC카드가 실적에서 별다른 모멘텀을 찾지 못한 데는 회사 특유의 사업 구조에 기인한다. BC카드는 카드결제 프로세싱(전표 매입) 대행 업무가 메인 사업이다. 신용판매를 하는 다른 카드사와 성장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케이뱅크 상장은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될거란 기대감도 있지만, 예상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BC카드는 모기업인 KT가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되자 2020년 4월 주식 전량을 넘겨받았다. 이후 케이뱅크 정상 영업을 위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6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힘에 부쳤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실패해 ‘개점휴업’ 상태로 1년을 보냈다. 2019년 5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대출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FI의 손을 빌렸다. 2021년 당시 유상증자에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를 끌어들였다. 1조2499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5249억원 규모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나머지 7250억원은 제3자 배정으로 신규 투자자가 참여했다.
이 때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이 각각 2000억원(약 3077만주), MG새마을금고가 대표 투자자(LP)로 있는 사모펀드가 1500억원(약 2308만주) 규모의 신주를 배정받았다.
자본 확충이 절실했던 BC카드는 사모펀드에 ‘독소조항’이라 평가받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드래그얼롱)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다. 케이뱅크가 특정 시점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드래그얼롱을 발동, 투자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이는 대주주인 BC카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단순 계산해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632억원의 11배나 되는 금액이다. BC카드가 보유중인 케이뱅크 지분 34%를 강제 매각하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케이뱅크 상장 외에는 답이 없다.
BC카드는 또 매년 케이뱅크 기업가치 평가 변동에 따라 동반매각청구권 행사 가격, 이자율 등을 반영해 파생상품 관련 평가손익으로 계산한다. 부채 규모 변화에 따라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분기 실적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BC카드의 동반매각청구권 파생상품 부채는 1333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영상 안정을 위해서도 케이뱅크 IPO를 서둘러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IPO 시장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악재다. 상반기에는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한 종목이 이어졌지만 하반기 분위기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최근 상장한 시프트업 등은 가까스로 공모가를 지키는 등,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를 보여줬다. 수요예측에 나선 IPO 기업들이 희망 밴드를 초과하는 등 공모가 거품 논란도 여전하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7종목으로 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공모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되었으나 공모가 대비 4배로 장을 마감한 종목은 없었다”면서 “공모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서 확정된 공모가 기준으로 상장일 큰 폭의 단기 차익을 노리기는 어려워지는 등 과열된 상초 랠리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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