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이강 김민재 기자 = “오늘도 옆 친구한테 인사하면서 시작! 어깨 돌리기하고, 팔 늘리고, 허리 돌리기~”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장안경로당에서는 가수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노래에 맞춰 어르신들을 위한 체조 교실이 시작됐다.
약 열 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강사를 따라 능숙하게 춤을 추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꽃무늬 옷을 입은 여성 노인들이었다. 소녀처럼 활짝 웃음꽃이 핀 표정으로 성실하게 리듬을 타는 이들의 몸짓에는 신바람이 가득했다.
춤은 모두 어르신들의 굳은 팔다리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가벼운 관절 동작 위주로 구성됐다. 무릎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앉은 채로 열심히 동작을 따라 했다. 강사가 “손을 많이 움직이면 어디가 좋아지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뇌!”라는 답변이 나왔다.
간혹 동작이 틀리면 호방한 웃음이 터졌다. 그러다 “이제는 눈 감고도 하시는 것 같다”고 강사가 칭찬하면 어르신들은 “대회 나가도 되겠다”며 자신감을 뽐냈다.
장안경로당의 회원들은 대부분 동네에 40~50년씩 거주한 토박이들이다. 최연소 73세부터 최고령 98세까지 약 30명의 회원이 있다. 여름 무더위를 피해 거의 매일 경로당에 모인다는 어르신들은 한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였다.
경로당 회장 박양임 씨(73·여)는 “여기 오면 에어컨을 틀어줘서 시원하게 있으면서 운동도 하고 좋다”며 “건강체조 프로그램은 몇 년 됐고 목요일엔 노래 교실을 한다. 평소엔 고스톱 치고 같이 밥까지 먹는데 오늘은 제육볶음 파티를 했다”고 말했다.
양재복지관에서 체조 강사로 파견 나온 최진숙 씨(62·여)는 “어르신들이 항상 열심히 긍정적으로 참여하시고 저도 딸처럼 잘 챙겨주신다”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얘기 하면서 어디 편찮으신 데가 있으면 어떻게 하시면 좋은지 말씀드리면서 신경을 쓴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한목소리로 매년 갈수록 더위가 심해진다고 토로했다. 선크림과 양산을 꼭 구비한다는 정진성 씨(74·여)는 “옛날보다 더 덥다. 그냥 더운 게 아니라 햇볕이 뜨겁다”고 말했다. 김진숙 씨(78·여)는 “(이러다) 멸망할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덕우 씨(84·여) “항상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다”면서도 “집에 혼자 있을 땐 에어컨 틀기 아까워서 문 열어놓거나 선풍기를 튼다”고 했다.
장안경로당에서는 지난 15일 초복을 맞아 다 같이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고 했다. 다가오는 25일 중복에는 불고기를 4~5근 사서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주옥화 씨(73·여)는 “구립 경로당은 냉난방비가 지원되니까 여기서 움직이는 게 좋다”며 “점심도 항상 같이 해먹고 즐겁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광진구 구의1동 2경로당에서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을 치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모포 위에는 화투패와 함께 10원짜리 동전들이 놓여 있었다.
‘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고 계시냐’는 기자 질문에 유태순 씨(80·여)는 화투를 치다 “여기 시원하고 잘 지낸다”고 말하고 다시 패를 노려봤다. 옆에 있던 김현순 씨(81·여)는 “더워서 오는 것도 있지만 집에 혼자만 있으면 심심한데 여기 오면 점심도 주고 친구들도 있으니까 좋다”고 덧붙였다. 이인숙 씨(87·여)는 게임이 늦어진다며 화를 내더니 패를 던지고는 “이렇게 싸우면서 재밌게 논다”고 말했다.
출입문에는 평일에만 운영한다고 적혀 있지만 매일 경로당을 찾는 회원들을 위해 회장 이강국 씨(82·남)가 직접 주말에도 문을 연다. 이 씨는 “이왕 봉사할 거면 열심히 해야지”라며 “지난 주말에 공사 때문에 문을 하루 닫았는데 어르신들이 심심하다고 원성이 자자했다”고 전했다.
구청 지원 예산으로는 한 달에 10일 정도만 식사가 가능하기에 회원들이 직접 5000원씩 회비를 추가로 부담하고 돌아가며 점심 당번을 정해 식사를 하기로 한 것도 이 씨의 아이디어였다. 이 씨는 “회비를 걷어 식사는 하지만 간식이나 고기반찬을 먹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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