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위원장이 국민의힘 당 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커지며 한 대표로서는 험악해진 당내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23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투표결과 한 전 위원장은 62.84%의 지지율로 나경원 의원(14.58%)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8.85%)을 누르고 새 당 대표에 당선됐다.
한동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저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고도 모든 것을 보듬고 갔었듯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고 외연을 확장하는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대표는 당내 압도적 지지를 받고 화합을 외쳤지만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의혹이 사실상 표면 위로 떠오른 점이 당정관계 정립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1월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의사를 밝혔던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이른바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사실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밝혀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 갈등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한동훈 대표는 최근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나와 이 문제를 두고 ‘당무개입’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총선 때 영부인이 저한테 개인적 방식으로 문자를 보낸 것에 대답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대통령실은 영부인의 사과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저에게 강하게 보내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고 싶었는데 제가 허락하지 않아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야당의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과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 등으로 야당의 특검 공세를 받을 공산이 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동훈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일주일 있다가 축출을 시작할 것이다”며 “민주당도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으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 윤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차기 대선에서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한 대표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경선 과정에서 상호비방으로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서 당내 주도권을 놓고 내분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발표를 앞두고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국회의 중심은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선을 긋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원외 인사인 한동훈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추 원내대표는 19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회 내 사안들은 최고 의사결정 구조가 의원총회인 만큼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그 중심에서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발언은 정당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앞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뿐 아니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서 통합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을 담당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었던 전원책 변호사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대표는 4’10총선에서 물가와 중산층 붕괴대책 등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않고 후보들과 셀카찍기에 바빴던 인물”이라며 “더구나 이번 경선에서는 모두를 이전투구로 끌고 간 정치 초년병으로서 분열을 조장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한 대표가 당선되면 당은 깨진다, 안 깨지면 정상적 정당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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