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과정에서 확약한 사항과 주관사 내부위원회에서 논의한 가치평가 관련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경쟁기업을 비교에서 제외하는 이유 등 IPO 관련 공시가 대폭 강화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기업공시서식 기준’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5월 금감원이 발표한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에 따른 조치다. 상장 주관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수수료 구조를 개편하고, 공모가 산정과 관련한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번 공시서식 개정에는 IPO 과정에서 제출하는 증권신고서 관련 조문의 작성지침이 대거 개편됐다. 먼저 증권사는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확약한 사항에 대한 배경과 내용, 이행 현황 및 계획, 그리고 투자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시해야 한다. 예컨대 거래소가 최대주주의 지분에 대한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길게 잡았다면 그 배경과 양향을 증권사는 파악해 공시해야 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사업모델기업 특례로 증시 입성을 도전하는 경우라면 사업모델기업 평가 보고서에 대한 평가 내용 역시 공개하도록 했다.
공모가에 대한 증권사 의견도 보다 명확히 하도록 했다. 대표 주관사가 과거 상장을 주관했던 공모주식의 수익률을 공시하도록 한 것은 물론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경쟁기업으로 기재된 기업이 최종 가치평가 시 비교기업(피어그룹)에서 제외한 사유도 기재해야 한다. 피어그룹 산정 과정에서 기업가치 고평가를 위해 국내 상장기업을 고의적으로 제외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요예측 결과 역시 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희망공모가를 벗어난 가격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에 대한 구분을 신설하는 한편, 의무보유 확약기간별 참여자의 평균 신청 가격 정보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이 언급한 수수료 구조 개편에 대한 사항도 이번 공시 서식 개정에 포함됐다. 인수수수료와 성과수수료, 주관수수료를 구분해 증권신고서 작성 과정에서 공시하도록 했다.
상장주관 증권사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 이후 거래소 결과를 기다리는 기업만도 56개사에 이른다. 당장 다음달부터 개정 서식대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서 기본 실사부터 다시해야 할 상황에 닥칠 수도 있어서다. 거래소와의 확약사항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는 점 역시 증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기업서식에 포함해야 할 내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당초 계획했던 기업가치 평가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최근 금감원의 보수적인 심사 기조는 물론이고 기대에 못미치는 기업가치 평가에 상장사들이 상장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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