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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학개론] 합병비율·반대 등 이사회 의견 공개·외부평가 강화… 3분기 합병 기업 의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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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인수합병(M&A) 진행 과정에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정 중인 시행령은 현행 자본시장법 제165조의4(합병 등의 특례)에서 위임한 기업 합병 관련 법령을 다루는데, 합병을 의결한 기업에 이사회 의견서 공개 의무와 제3자 외부평가 관련 추가 절차를 부과해 합병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2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3분기 중 시행을 목표로 상반기 입법예고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과 규정변경 예고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이 타 부처 협의를 마쳤습니다. 국무회의 심의·의결과 대통령 재가, 공포 등 행정적 절차를 남겨 놓고 있어, 시행령 개정안은 이변이 없다면 9월 중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달라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발공 규정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국·영국처럼 주요사항보고서·증권신고서에 합병 관련 ‘이사회 의견’ 넣어야

지난 3월 5일 입법예고로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시행령 개정 방향의 하나는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공시 의무를 강화(시행령 제176조의5⑮)하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일반 코스피, 코스닥 상장 기업이 합병 시 그 동안 공시하지 않았던 합병 관련 이사회 논의 내용을 ‘이사회 의견서’ 형태로 작성하고 기존 ‘주요사항보고서’, ‘증권신고서’ 공시에 첨부서류로 제출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합병 추진 기업의 공시에 첨부서류로 제출되는 이사회 의견서는 △합병의 목적 및 기대효과 △합병가액·합병비율 등 거래조건의 적정성 △합병에 반대한 이사가 있는 경우 반대사유 등을 담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이사회 의견 작성 및 공시 의무화를 통해 일반주주의 권익제고, 합병가액 등 공정성 제고 등의 효과는 큰 반면, 의견서 작성은 기존 주요사항보고서, 증권신고서에 첨부해 제출되는 것으로 추가비용은 작다”고 판단했습니다.

증발공 규정에도 이사회 의견 공시 의무화에 따라 신설되는 조문이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도입되는 ‘이사회 의견서’를 이 규정 ‘제2-9조② 제14호’와 ‘제4-5조② 제7호’에 추가한 것입니다. 제2-9조②는 합병 증권신고서 공시 첨부서류를 열거한 조항이고, 제4-5조②는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첨부서류를 열거한 조항입니다.

금융위가 파악한 해외 사례를 보면 이미 합병 관련 이사회 의견 공시 의무와 같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미국은 주주총회 이전에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제공되는 DEFM 14A 보고서를 통해 합병의 배경, 경과, 합병가액 적정성, 합병의 긍정적·부정적 요인 관련 이사회 의견 등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회사법 제908조를 통해 합병의 효과, 합병비율의 법률적·경제적 측면 검토 내용과 결과가 포함된 이사회 설명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계열사 합병 시 평가기관 선임 절차 강화… 평가업무규정에 공정성 조항 담아야

나머지 시행령 개정 방향 하나는 합병을 진행하는 기업에 대한 외부평가 강화입니다.

우선 일반 코스피, 코스닥 상장 기업이 합병 시 외부평가기관 선임을 통한 제3자 외부평가를 의무화(시행령 제176조의5⑦제4호)하고, 대기업 그룹 계열사간 합병 시에는 외부평가기관 선임을 하려면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의 동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의무화(제176조의5⑭)하기로 했습니다. 평가 주체인 외부평가기관에도 품질관리규정 마련을 의무화하고 미이행시 업무수행을 제한(제176조의5⑧, ⑪)하기로 했습니다.

외부평가기관의 ‘외부평가업무 품질관리규정’ 마련 의무화에 따라 증발공 규정 제5-14조(외부평가기관의 평가제한 등) 하위 조문 ‘제7호’와 ‘제5-14조의4(외부평가업무품질관리규정)’도 신설합니다.

이 조문은 외부평가기관이 외부평가업무 계약 체결부터 외부평가의견서 발행까지 수행하면서 준수해야 할 품질관리규정에 담아야 할 내용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품질관리규정은 △외부평가의 독립성·객관성·공정성 유지 △평가업무 수임시 이해상충 가능성 검토와 기피 의무 △업무수행과 보고서 검토 등 외부평가의 품질유지 △미공개정보 이용 금지 등 비밀유지 △규정 위반자에 대한 조치 관련 사항을 포함해야 합니다.

금융위는 기업간 합병의 요건과 방법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와 함께 기업간 영업양수·양도 요건과 방법을 규율하는 시행령 제176조의6도 개정합니다. 공시 기능과 외부 평가 강화라는 개정 방향을 기업간 합병 절차뿐 아니라 영업양수·양도 등에 대해서도 준용한다는 취지입니다.
 

개정 시행령·규정 공포하면 이후 이사회 의결 기업부터 적용… 규제 피한 두산·SK

3분기 중 이번 시행령과 규정 개정을 마치고 공포하면 개정된 내용이 즉시 시행됩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 이미 합병을 진행 중인 기업이 새로운 의무를 부과받는 것은 아닙니다. 개정안의 ‘부칙’에 따르면, 시행 후 합병을 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한 기업부터 바뀐 시행령과 규정이 적용됩니다. 두산그룹, SK그룹은 이번 시행령 및 규정 개정으로 강화된 외부평가 및 공시 의무를 지지 않은 채 계열사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상장 계열사 ‘두산밥캣’을 비상장 투자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떼어내 다른 상장 계열사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입니다. 계획상 알짜 기업 두산밥캣 주식 1주를 보유한 주주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됩니다. 이에 지주사 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지분 68.2%를 갖고 있어 오너 일가에만 유리한 개편이라는 비판이 소액주주들에게서 나오고 있어요.

SK도 비상장 계열사 SK E&S와 상장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의 합병을 의결했는데요. 합병비율을 보면 SK E&S 주식 1주를 보유한 주주는 SK이노베이션 주식 1.19주를 받게 됩니다. SK E&S 가치가 고평가돼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가 반발할 여지가 큰 반면, SK E&S 지분 90%를 갖고 있는 지주사 SK에는 합병 후 회사 지분이 더 늘어나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합병 계획은 모두 3분기 중에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해야 최종 확정되지만, 두산은 지난 11일, SK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 의결을 거쳤습니다. 둘 다 계열사간 합병 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된 감사 동의 또는 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고 상장사 합병 시 이사회 의견서로 주요 논의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개정 시행령과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됐습니다.

바뀐 규제가 더 빨리 도입됐다 두산과 SK 계열사 합병비율이 다르게 산정됐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번 규제 개정을 통해 비계열사간 합병가액은 기업간 자율로 바뀌지만,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상장사는 기준시가, 비상장사는 자산가치·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정한다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계열사간 합병가액 규제가 강화할 여지는 있습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관련 질의에 답하면서 두산 지배구조 개편 관련해 주주의 문제제기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위원장으로서 일하게 된다면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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