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판버러국제에어쇼 2024가 열리는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 공항. 보잉, 에어버스,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항공 업체와 BAE시스템, 레오나르도 등 방위산업 업체는 활주로를 둘러싼 공간에 거대한 부스를 꾸리고 육중한 항공기와 전투기·수송기를 전시해 놓았다. 각 기업이 최신 기술을 뽐내기 위해 선보인 전략 기종들이다. 판버러에어쇼는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꼽힌다.
거대한 여객기나 군 전투기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흔치 않지만, 많은 관람객은 기체 전체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금방 발길을 돌렸다. 몇몇 항공사와 방산 업체가 여객기와 수송기 내부를 공개했지만, 대부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관람객이 붐비는 곳은 일반 항공기보다 훨씬 작은 에어택시가 전시된 공간이었다. 내년부터 하늘을 날겠다고 공언한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이 4번 홀에 꾸린 부스에는 조비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를 직접 타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에어택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에어쇼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분위기였다. 현장에서는 에어택시가 에어쇼 주요 무대에 등장하면서 구매·공급 계약의 장으로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이던 에어쇼가 일반인의 관심을 많이 끄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독립법인 슈퍼널(Supernal)은 이번 에어쇼로 유럽 시장에 데뷔했다. 2년 전에는 현대차그룹이 에어쇼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슈퍼널 부스를 꾸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eVTOL 콘셉트 ‘S-A2′를 공개했다. 판버러에어쇼는 프랑스 파리에어쇼와 1년씩 번갈아 가며 격년으로 열린다.
신재원 슈퍼널 CEO(최고경영자) 겸 현대차그룹 사장은 “우리는 ‘올바른 제품을, 적합한 시장에, 적절한 시기에(right product, right market at the right time)’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S-A2 같은 항공 모빌리티(AAM)가 앞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항공사 보잉은 메인 부스 아래 자회사 위스크에어로(Wisk Aero) 부스를 따로 꾸렸다. 메인 부스에서는 보잉이 대한항공(KAL)이나 일본항공(JAL) 등 글로벌 항공사에 항공기를 공급하는 계약식만 잇달아 열렸지만, 위스크에어로 부스에서는 앞으로 열릴 새 시장에 대한 계획과 기대가 가득했다.
브라이언 유트코 위스크 CEO는 “미 규제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무인 에어택시는 10년 내 승객을 태울 것”이라며 항속 거리 90마일(약 145㎞)의 4인승 자율주행 eVTOL을 공개했다.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는 첫 미디어 브리핑을 자회사인 이브(Eve)에 넘겼다. 이브는 5인승 eVTOL 시제품을 공개했는데, 2년 뒤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엠브라에르 부스에는 가상현실 안경을 착용하고 이브 eVTOL을 가상비행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브의 eVTOL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부품(날개 구조물)이 들어간다.
에어쇼에서 에어택시 업체의 영역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업체들이 eVTOL 엔지니어링을 설계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이를 구축해 실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선두 업체로 평가되는 독일 릴리움은 에어쇼가 열리기 며칠 전 사우디아라비아에 eVTOL 제트기를 최대 100대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재원 CEO는 “eVTOL 자체는 AAM(Advanced Air Mobility·미래 항공 모빌리티) 퍼즐의 한 조각일 뿐, 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관련된 모든 업계와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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