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박순모 기자] 이번 시승 차량은 2023년 출시된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 올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이하 어코드 하브)다.
혼다의 역사가 곧 자동차의 역사라고 봐도 되는 만큼, 약간의 역사 이야기를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1976년 출시된 1세대 어코드는 낮은 보닛과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의 뜻에 따라 ‘인상적인 뒷모습’을 강조했다.
혼다가 어코드(Accord : 일치하다, 조화하다)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혼다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안전과 기술의 조화’를 상징한다. ‘기술의 혼다’라는 이명처럼, 혼다는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내구성과 사용자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혼다의 저력은 3세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낮은 전고와 승차감을 강조하며 1985년 일본과 유럽에서 ‘올해의 차’를 수상했고, 4세대와 5세대의 황금기를 열었다. 심지어 9세대와 한일 무역 갈등으로 고전한 10세대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혼다의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미니멀하게 절제된 외부 디자인과 패스트백 리어 라인, 직관적이고 편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전적인 인테리어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11세대 어코드의 외부 디자인, 과했던 그릴 형태 정돈
우선 외관을 살펴보면 11세대 어코드는 이전 세대에서 과했던 그릴 형태가 단정하게 정돈됐다.
그릴 하단의 범퍼 라인은 아래로 갈수록 풍만해지고, 오목하게 파인 유선형 라인이 멋스러움을 더했다. 헤드라이트와 그릴에 블랙 포인트를 넣어 깔끔한 외관을 완성했으며, 측면은 10세대보다 65mm 늘어난 4970mm의 길이를 자랑한다.
직관적인 내부 인테리어, 넓고 광활한 시야각
11세대 어코드 하브의 인테리어는 직관성을 강조했다.
10.2인치 TFT 디지털 계기반과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치되었고, 낮은 시트고와 결합해 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센터패시아의 직관적인 디자인, 터치감과 반응속도가 빠른 디스플레이들, 다양한 편의 사양은 혼다의 고집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변화를 수용한 모습이다.
저속 묵직, 고속 민첩한 조향감…부족한 느낌 없는 스포츠 성능
혼다 모빌리티 카페에서 추천한 다이나믹 코스에서 시승을 시작했다.
저속에서 묵직한 조향감과 고속에서 민첩한 조향감이 인상적이었다. 비오는 날씨에도 노면에 잘 달라붙어 주행했고, 엔진 개입 없이도 전기차와 유사한 주행감을 제공했다.
회생제동을 통해 전력을 생성하며, 엔진 개입이 적어 전기 모터 주행이 주를 이뤘다. 4가지 주행 모드 중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 시 내연기관의 RPM이 올라가는 사운드가 더해져 주행의 즐거움을 높였다.
11세대 어코드 하브는 낮은 시트고와 기다란 전장, 넓은 내부 공간이 초기 어코드의 매력을 잘 계승했다. 스포츠성과 승차감의 균형을 잘 잡아냈으며, 부실했던 편의 사양들도 개선됐다.
즉, 이번 11세대 혼다 어코드(Accord)는 운전자와 ‘코드(code)’만 맞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고 가장 만족스럽게 탈 수 있는 좋은 자동차가 될 것이다.
어코드의 장점과 과제, 높은 가격 감수할 수 있다면?…탁월한 성능이 기다린다
그럼에도 혼다 어코드에는 지적하지 않고 넘길 수 없는 단점이 하나 있다. 경쟁 차종에 비해 높은, 5,340만원(VAT포함)이라는 가격이다. 이는 분명 혼다 어코드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다. 물론 이 가격을 감수할 수 있다면 혼다 특유의 탁월한 성능과 신뢰성을 맛볼 수 있다.
혼다 관계자는 “16.7km/L의 복합연비와 혼다 특유의 강력한 내구성을 고려하면 경쟁 차종들과의 싸움이 꽤 해볼 만하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승 중 흘러나온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처럼, 우리는 기존 자동차의 질서가 전기차로 재편되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11세대 어코드 하브가 이러한 격변기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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