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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부채 153조 LH에 적자애물단지 13만 가구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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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땅집고] 최근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 아파트 단지마다 신고가를 연달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주택 공급 주문을 쏟아내는 중이다. 공공주택 물량을 쏟아내면 지금의 집값 상승세를 억누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요구에 LH는 분양·임대아파트를 공급할 뿐 아니라 ‘매입임대주택’ 물량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총 1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이달 18일 정부가 10년 만에 개최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결과에 따라 매입임대주택을 1만가구 이상 추가로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입임대주택이란 민간이 건설한 주택을 LH가 사들인 뒤, 국민들에게 전월세 형태로 임대하는 형태의 공공주택이다. 주택 형태는 아파트가 아니라 흔히 빌라라고 불리는 다가구·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인, 즉 비(非) 아파트 위주다. 임대료는 유형별로 다른데 최저 30~40%부터 80~90%까지 다양하며 시세보다는 저렴하다.

[땅집고] 수도권의 한 빌라촌 전경. /뉴스1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LH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13만가구 이상 매입임대주택을 마련하기 버거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만큼 LH도 전국 곳곳 부지를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소재 임대주택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금과 임대료를 시세 이하로 받아야 하는 매입임대주택의 물량을 늘리면 LH 손실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LH는 매출 13조8840억원, 영업이익이 437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각각 29.3%, 97.6%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21년 5조648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0.7%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더불어 부채 규모는 2019년 약 127조원에서 지난해 153조원 수준으로 1.2배 정도 늘었다.

[땅집고]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이지은 기자

LH가 사들이는 매입임대주택은 가구당 평균 2억4200만원이다. 이 중 정부 지원금으로 1억6000만원을 받긴 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LH가 채권을 발행해서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더 비싼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은 가구당 평균 매입가가 3억4300만~4억3400만원이다. 이 중 정부 지원금은 2억~3억원이다. 결론적으로 LH가 매입임대주택을 한 가구 살 때마다 1억3400만~1억5000만원 정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따라서 LH 입장에선 정부의 무리한 주택 공급 주문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으로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려다 보니 집값이 비싼 서울·수도권 역세권 입지 대신, 주거 수요가 없는 만큼 가격이 저렴한 지역에 매입임대주택을 여러개 사들이는 ‘꼼수 정책 이행’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LH 매입임대주택 공실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입임대주택 공가가 ▲2021년 4283가구 ▲2022년 4587가구 ▲2023년 5002가구 등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매입임대주택 물량 대비 공가율도 2021년 2.80%에서 올해 2.95%로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의 공가율이 4.16%로, 수도권(1.89%)의 2.2배나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입임대주택이 LH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만큼의 주택 공급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장은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아파트가 아닌 빌라 위주라 공급 속도가 비교적 빠르긴 하지만, 지금 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중상위권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역부족”이라면서 “이렇게 정부발 빌라 물량이 쏟아지는 경우 경기권이나 지방 소재 나홀로 구축 아파트 사정은 더 힘들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LH 매입임대주택은 공급할수록 적자만 불러오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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