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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의리의 남자’ 김종희 한화 창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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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 김종희 회장. /사진=한화

“해방된 조국의 화약계를 지키는 등대수가 되고자 한다.”

1981년 7월23일 세상을 떠난 현암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회장이 남긴 말이다. 화약보국이라는 정신 아래 그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피워 올린 불꽃은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밑거름이 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42년 스물한 살 김 회장은 ‘조선화약공판’에 입사하며 화약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성실하게 근무하면서도 끊임없이 화약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갔다. 조선이 자주독립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산업을 일으켜야 하고 이때 화약이 필요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고 떠난 뒤 김 회장은 조선화약공판의 지배인으로 임명됐다. 사업 수완이 뛰어났던 그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미군을 찾아가 화약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군으로부터 사업 진정성을 인정받고 거래를 확대해 외화를 벌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6·25 전쟁 이후 생필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김 회장은 꿋꿋이 화약을 고집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선 화학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1952년 김 회장은 적산기업이었던 조선화약공판 불하에 참여해 한화그룹의 전신인 ‘한국화약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955년 인천화약공장을 신축하고 다이너마이트 전 단계인 폭약 생산에 성공한다. 이후 끊임없는 연구 개발 끝에 다이너마이트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을 개발하고 다이너마이트 국산화를 이뤄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은 두 번째 쾌거였다.

김 회장의 예상대로 화약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화약은 승승장구했다. 1956년 3억8811만환이던 매출액이 1958년에는 8억4707만환으로 급증했다. 1970년 4월부터는 수출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화약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계,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64년 신한베어링을 인수해 한화기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듬해엔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국화성공업을 설립했다. 이후 보험, 식품, 증권, 호텔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김 회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977년 전북 이리(익산)역에서 화물열차가 다이너마이트 등을 실은 상태에서 폭발한 것이다. 한국화약 호송직원이 켜 놓은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고로 사망자 59명, 중상자 185명, 이재민 약 1만 명 등 8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김 회장이 ‘의리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도 이때다. 그는 최규하 당시 총리를 찾아 형사책임은 물론 사재를 털어서라도 보상하겠다고 밝힌 뒤 약속을 지켰다. 그는 자신의 재산 90억원을 피해보상금으로 내놨다.

1981년 김 회장은 59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사업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의 정신은 이른 시기에 회장의 자리에 오른 김승연 현 한화그룹 회장에게 이어져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대한민국 산업계에 남아 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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