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사들이 최근 몇 년간 밀려든 일감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과거 호황기에 몸집을 불렸다가 불황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조선사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신중한 모습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영 조선 기업 양쯔장조선은 최근 양쯔강 유역의 약 86만㎡(약 26만평) 부지에 조선소를 짓기로 했다. 2년 이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새 조선소에는 30억위안(약 573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뉴타임즈(新時代) 조선소는 대형 드라이독(Dry Dock·육지에 조성된 물 없는 수영장 형태의 선박 건조 작업장)을 지을 예정이다. 새 독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 2대와 이 절반 크기의 원유운반선 2대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뉴타임즈는 최근 수주한 32척의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이곳에서 만들 계획이다. 독 건설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STX대련조선소가 헝리그룹에 편입된 이후 새로 출범한 조선사인 헝리중공업도 창신다오 사업소에 13억달러(약 1조8089억원)를 투입한다. 헝리중공업은 이번 투자로 연간 180만톤(t)의 강재 가공·710만t의 선박 건조 역량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 조선소는 최근 발주 호황에 선박 생산능력을 일제히 늘리고 있다. 2022년 6월 153곳이었던 아시아의 생산 가능 조선소(활성 조선소)는 올해 6월 180곳으로 늘었다.
과거 호황기에 조선소 규모를 늘렸다가 불황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한국 조선사는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는 게 아니라 노후 설비 교체, 친환경 기술 개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는 식이다.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등 HD현대 조선 3사는 설비투자에 2026년까지 1조7172억원을 사용한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2월까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설비와 도장공장 공조설비에 2157억원, 노후 크레인 교체 등에 올해 12월까지 1884억원을 투자한다. HD현대삼호는 올해 기계장치에 6909억원을 쓴다. HD현대미포는 2026년까지 6222억원을 생산설비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2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한화오션은 9000억원을 특수선(함정)에 사용한다. 거제사업소 수상함·잠수함 건조 시설에 2500억원을 투자하고, 해외 생산 거점과 유지보수(MRO) 거점 지분 투자에 5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인수했고,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인수도 추진 중이다.
상선분야에는 6000억원을 투자한다. 암모니아·메탄올·수소 기반 친환경 추진 시스템, 친환경 연료 추진 운반선을 개발한다. 친환경 선박 개발을 위해 해운사 한화쉬핑 설립도 공식화했다. 해상풍력 분야에는 2000억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는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연구개발(R&D)에 힘을 쏟는다. 거제·판교·대덕 R&D 센터에서 액화수소 추진선박, 연료공급 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R&D에 177억31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7% 증가한 것으로 HD현대중공업(약 176억원)·한화오션(약 14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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