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정부가 ‘상가 쪼개기’를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 사업 지연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경기도에서는 1기 신도시 선도 예정지구를 올해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정상적인 영업과 투기 목적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상가 쪼개기는 상가 지분을 여럿이 나눠 가져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는 꼼수를 말한다. 상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재건축 후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투기 수요가 유입돼 일반분양 아파트 물량이 줄어드는 등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대부분 조합에서는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상가 소유자들의 주택 공급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비대위가 출현하는 등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사업 지연으로 인해 조합의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2022년엔 부산 해운대구 ‘대우마리나 1차’ 아파트 지하 상가 1실을 한 법인이 123개로 쪼개 매도한 사례도 있었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상가 쪼개기를 통해 투기 수요가 커지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경기도는 최근 1기 신도시 상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고양시 일산동구, 성남시 분당구, 안양시 동안구, 군포시 산본동, 부천시 원미구 등이다. 해당 지역의 토지(주거용 제외)를 거래하려면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은 뒤 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으로는 상가 쪼개기를 근본적으로 막기 상당히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선 ‘정상적인 영업 목적을 위한 분할’을 가장할 경우 상가 쪼개기를 방지하기 어렵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주택과는 달리 상가나 오피스 등 상업용부동산은 영업목적과 시장환경 등에 따라 ‘쪼개고붙이기’를 통해 공간활용 방식에 변화를 줄수있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업용 부동산에 있어서는 ‘정상적인 영업 목적을 위한 분할’과 ‘입주권을 노린 상가 쪼개기’ 목적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매수자가 ‘영업하는 척’만 하는 경우 주택 입주권을 노린 상가 쪼개기를 방지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방안 이후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분당의 경우 성남시가 지난해부터 분당 상가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해 상가 쪼개기를 막고 있는데, 이 역시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성남시가 제한한 방식의 고시는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행위 제한 범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상가 쪼개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쪼개기 한 상가 소유자가 부당한 개발이익을 얻기 힘들게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를 시세 대비 할인해서 공급하는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조합원 분양가를 책정할 때 시가 대비 자산 가치를 일부러 낮게 평가해 일반 분양가보다 조합원 분양가를 싸게 공급하려는 관행이 있다”며 “조합원 분양가 산정 방식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정비사업 전반에 큰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보완한 방안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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